외출해서 홈플러스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러기위해서는 하천 아래로 내려와서 위 사진의 저 돌다리를 건너서 15분 정도 걸어와야 한다. 방천에서 유성천 아래로 내려가려는데 내 앞에 작은 키의 여인이 먼저 내려가고 있었다. 걸음이 느려서 금방 뒤까지 따라붙었다. 나는 뒤에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뒤따라 내려갔다. 어차피 막혀서 앞질러 가기도 힘든 넓이였다. 그녀는 155cm정도의 작은 키에 곱슬곱슬 검은 파마 머리를 했다. 오른손에는 서너 살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를 붙잡고 있어고, 왼손에는 홈플러스에서 생활용품을 한 가득 담은 비닐봉지(쓰레기 봉지)를 서너 개 쥐고 있었다. 그녀의 걸음이 너무 느려서 뒤에서 뜻하지 않게 관찰하게 되었는데, 왼손의 짐이 상당히 무거운지 중심을 잘 잡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내리막 길을 다 내려가서 넓은 길로 접어들 때 나는 옆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많이 무거워 보이는데 들어줄까요?'라며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앳되고 예쁜 동남아 여인이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한껏 이를 드러내며 웃음 띤 얼굴로 짐을 내려놓았다. 내 말을 알아들은 듯했다. 그녀는 아이를 번쩍 들어 안기 시작했다. 나에게 짐을 맡기겠다는 신호였다. 다행이었다. 혹시나 믿지 못하고 이상하게 생각할까 순간 걱정을 했었다.
그녀와 함께 걸으면서 아이가 몇 살이냐고 물었다. 이곳에 결혼까지 하고 살 정도면 한국어는 조금 할 줄 알 것이라 생각했다. 뜻밖에도 'I can't understand ...'라고 희미하게 들려왔다. 다시 영어로 물어봤다. 'How old is your baby?' 그녀는 그냥 웃으며 '으~응'이라고만 말했다. 간단한 영어도 잘 모르는 구나 생각되었다. 그러는사이 돌다리 앞까지 왔다. 만약 내가 짐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아이와 함께 짐을 들고 건너야 할텐데 무척 위험했을 것이다. 실제로 짐은 생각보다 많이 무거웠다.
돌다리를 건너고, 하천 계단을 올라 큰 길 건널목을 함께 건넜다. 중간에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나는 바디 랭귀지를 하면서 길을 물었다. 그녀는 'house'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길 방향은 손으로 지시를 하면서 걸어갔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어봤지만 못 알아 들었다. 단답형으로 물어봤다. '필리핀'이라고 말하며 얼굴을 봤더니 가만히 있었다. 이번엔 '베트남'이라고 말했더니 '으~응, 에~에에'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베트남에서 왔구나.
그녀의 집 앞까지 왔다. 평소 내가 가는 길은 아니었지만 내 집으로 가는 길과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영어로 말했다. 'Thank you so much!'. 나는 'Your welcome!'이라고 말하며, 아기를 보고 'bye~!'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여인도 애기를 보고서 'bye~!'하고서 나를 보며 또 다시 해맑게 웃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까닥 숙이며 인사하고 내 갈 길을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