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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머튼의 《새 명상의 씨》를 얼마 전에 구입했다. 내가 20살 때부터 읽었던 책은 《명상의 씨》였다. 이번 책은 증보판을 내면서 새책같은 느낌이 들도록 다시 구성한 책이다. 토마스 머튼과《명상의 씨》는 20살 무렵에 누나 대학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그 당시 그는 20대 후반으로서 천주교 수도사가 되려는 분이었는데, 내가 만났던 당시 그는 군 제대 후 영남대학교를 복학 준비 중이었다. 경산에 있는 영남대학교 주변에서 자취를 하던 누나를 찾아갔다가 같은 집 다른 방에 자취하는 사람들 무리에서 그를 알게 되었다. 나보다 나이가 7살 많은 그였지만 우리는 금새 친해졌다. 시간이 갈수록 나는 그를 따랐고 그에게서 알게모르게 영향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 누나를 통해서 그는 대학 졸업 후 천주교 사제가 되었다고 들었다.
나는 《명상의 씨》를 무척 좋아했다. 내가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수사가 되었다면, 그런 잔잔하면서 자립적인 종교적 삶을 살았다면 생각외로 내 삶의 성격에 잘 맞았을지도 모른다. 종교가 기독교이다보니 수도사는 되지 못하고 다만 마음으로 동경하며 20대를 보냈다. 대신《명상의 씨》를 비롯해서 토마스 머튼의 여러 책들을 구입해 읽었다. 《명상의 씨》도 좋아했지만 그의 자전적 소설《칠층산》도 무척 좋아했다. 《명상의 씨》는 늘 갖고 다니며 읽었다. 그 책은 읽고 또 읽어도 질리지 않았고, 내 마음 속에 알 수 없는 영적 불꽃이 피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 새로운 책 《새 명상의 씨》를 읽으니, 내가 20대에 읽었던 포인트와 지금의 포인트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 당시에는 내가 좋아하는 내용에만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천주교 수도사의 삶과 태어날 때부터 개신교도인 내 삶과는 보이지 않는 간격이 있었고, 그 간격을 좁힐 수 없는 부분에 있어서는 건너뜀을 해서 굳이 영적 충돌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일어보니 그때와는 비교되지 않게 이해되고 흡수가 되고 있다. 아직 첫 부분을 읽는 중이어서 뒷 부분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으나 심적으로는 무척 기대가 되고 있다. 지금의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된 듯하다.
지금 내게 옛날의 책들 《명상의 씨》와 《칠층산》은 없다. 그 당시 나는 친구에게 선물할 때 내가 아끼는 책 속지에 내 이름을 적어서 선물하곤 했다. 두 책도 그때 선물로 전해져서 남아 있지 않다. 《명상의 씨》는 교회 후배에게,《칠층산》은 20대 중반에 나를 무척 아겼던 자매에게 선물했다. 그녀와는 인연이 되지 않아 사귀지 못했다. 하지만 편지를 주고받으며 무척 가깝게 지냈었는데,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그 당시 잠깐 짝사랑하던 여자를 정리하지 못해 그녀를 보내야만 했다. 그녀와 주고받은 편지는 아직 갖고 있다. 지금껏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사는 걸 보면, 나는 여자보는 눈도 없을 뿐더러 독신으로 살려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지금에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결혼하지 않은 것은 내 인생의 큰 축복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삶을 생각했을 때, 30대 초에 사귄 여자들 중 하나와 결혼을 했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고루하고 지루하면서도 노예적 삶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좀 유별나지만 그들은 너무나 평범한 여자들이었다. 하지만 홀로 살아가는 데에는 하나의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새 명상의 씨》를 찬찬히 읽으면서 음미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