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주말 오후 카이스트를 걷다 왔다. 무지개빛 분수도 여전했고, 지난 번 나에게 고양이캔을 얻어 먹은 그 고양이도 잘 지내고 있었다. 카이스트를 걸으면 내가 늘 걷는 코스가 있다. 매번 그 길로 걷지만 지루하지가 않다. 가장 경치가 좋은 길을 꼬불꼬불 길따라 걷기 때문이다. 걷다가 좋은 경치를 만나면 사진도 찍고 잠시 앉아서 명상도 한다.
산업디자인학과를 지날 때 구수한 음식 냄새가 났다. 야외 파티를 하고 있었다. 고기 굽는 냄새, 샐러드 냄새 등 먹음직스러운 온갖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요즘 난 채식주의자라서 그리 유혹적이지는 않았지만 냄새만 꿀꺽 했다.
운동장을 지나는데 뒤가 근질해서 뒤돌아보니 축구공이 나에게 굴러오고 있었다.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공차기를 하다가 공을 놓쳐서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다가 몇 걸음 다가가서 공을 뻥 차주었다. '감사합니다'하고 공을 좇아오던 학생이 큰 소리로 내질렀다.
중앙도서관 건물이 예전에 비해서 훨씬 멋스럽다. 하지만 이제 외부인은 입장하기가 쉽지 않다. 교내 서점을 어디로 옮겼는지 빨리 파악해야 하는데 인터넷 카이스트 웹사이트로는 이동한 위치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내가 못 찾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