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큰 일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이 죽게 될 경우 '하나님은 어디에 있느냐?', '하나님은 왜 악을 방치하느냐?' 등 이런 질문들을 쏟아낸다. 이런 질문들이 나오는 것은 그 동안 하나님에 대해서 잘못된 지식에 기반한 것 같다. 하나님을 인격적인 존재로 생각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사람과 교통하면서 사사건건 간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선하시기 때문에 사람에게 해가 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악한 사람이 있으면 물리쳐 주시고, 위험한 골짜기를 지나갈 때에는 항상 옆에서 동행해 주시고, 자연적 재해나 사고가 있을 때에는 하나님이 보호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어떤 사태가 발생하여 위험에 처하게 되면 내가 생각했던 그 하나님은 사라지고 없다. 나를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하나님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럴 때 하나님에 대한 실망과 원망이 생기고 끝내 하나님을 부정하기에 이른다.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하나님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실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이 하나님에 대해서 선한 분이다, 우리와 함께 하신다, 나를 지켜주실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적 관점에서 하나님을 해석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런 해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인간이 그런 상상을 하고 바라는 것과 다른 결과가 나타나면 이제 하나님을 원망하고 부정하게 된다. 처음부터 하나님에 대한 생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모른다.
'나'라는 것이 있으면 그 '나'는 세상과 분리되어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존재가 되어 버린다. 세상은 위협적이고 불안하다. 그래서 '나'와 다른 절대적인 존재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에게 선한 딱지를 붙이고, 보호자라는 명분을 씌우고, 당연히 나와 함께 해야 하는 존재로 각인시킨다. '나'가 원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 모두 악이 된다. '나'가 있으니 하나님은 나를 지켜줘야 하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그 '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그냥 흘러간다. 전체가 하나님이라면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모두 하나님의 뜻이다. 사람이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모두 하나님의 뜻이다.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은 행복도 아니고 불행도 아니다. 그냥 삶이다. 불평불만 할 것도 없다. 좋아라 뛸 필요도 없다. 잔잔한 가운데 삶은 흘러간다. 세상은 완벽하다. 단지 변화만 있을 뿐이다. 나는 자연의 일부분이다. 태어났으니 죽음도 반드시 따라온다. 사고가 나서 일찍 죽을 수도 있다. 질병이 나서 고통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악이 될 수 없다. 하나님의 선하심이 위협되지도 않는다. 그냥 삶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날 뿐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단계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깨달음을 얻고 날마다 자아를 죽이는 자에게만 참 평화가 주어진다. 진리와 하나되지 못하면 늘 '나'가 꿈털거리며 살아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