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생각은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고통을 주는 생각은 크게 두 종류이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기대가 그것들이다. 과거의 일을 생각하는데 왜 고통스러울까?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후회, 미련, 바꾸고 싶은 상황들, 상처 등이 쉼없이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 생각은 생각일 뿐인데 왜 괴로울까? 그것은 생각으로 나타난 일들에 대한 책임을 내가 져야 한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런 생각들 중심에는 항상 내가 자리한다. 내가 그런 일을 일으켰고, 그 일에 대해서 책임이 있으며, 좀 더 달리 했으면 그런 결과를 만들지 않았을텐데 하는 바램이 녹아 있다. 그런 것들이 마음 속에서 응집되어 생각으로 나타난다. 그때 책임감을 느끼는 '나'는 자아(에고)이다. 생각은 그냥 일어날 뿐인데 자아가 자기 책임이라고 느낀다. 그때 삶은 고통스러워진다.
미래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이다. 현실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미래에는 달라져 보고자 하는 욕망이 생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달라져 보고 싶은 마음이 고통으로 작용한다. 그런 현실을 누가 만든 것인가? 바로 자신이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현실에 대한 책임을 자기가 느끼는 것이다. 그때 그런 느낌을 갖는 자가 바로 자아(에고)이다. 자아는 끊임없이 현실도피를 하려고 한다.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으로 바뀌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늘 무엇인가를 하려한다. 오로지 미래를 위해서만 삶을 살아간다. 현재는 텅 비어있다. 그러니 늘 만족하지 못하고, 지금 이 순간을 희생하며 살아간다.
사실 책임을 질 <나>는 없는데 우리는 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삶은 그냥 살아지고 있다. 생각도 내 의사와 상관없이 그냥 일어난다. 생각이 일어나면 마음 속에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면 그만이다. 생각을 지켜보며 반갑게 손흔어 주고 내보내면 된다. 구름이 모이면 비가 내린다. 구름은 비를 내리기 위해서 모이는 것이다. 그렇게 해소가 되면 구름은 사라지고 태양이 뜬다. 생각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 마음 속에 무의식적으로 뭉쳐있는 구름같은 응어리가 해소되기 위해서이다. 비 내리는 것을 우리가 관섭하지 않고 내 책임이라고 여기지 않듯이, 생각도 그냥 나타났다가 사라지도록 내버려두면 된다. 생각의 내용을 보고 자기 책임이라고 느껴서 그것을 바꾸기 위해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 생각은 해소되지 않고 또 다른 생각으로 응어리져서 계속해서 우리를 괴롭힌다. 그러니 생각이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자. 생각은 <내>가 아니다. 그냥 하늘의 구름과 같은 자연이다. 생각에 관여하지 않으면 고통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