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넘어서 운동하로 나왔다. 간밤에 잠을 못 자서 아침 무렵 서너 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났다. 몸은 피곤하지만 매일 운동해야 하기에 간단히 옷을 입고 나왔다. 유성천을 따라서 유성 홈플러스까지 걸어왔다. 오늘은 유림공원을 돌지 않고 홈플러스 안에서 구경하며 걸었다. 점심 때가 다 되어서 돈까스를 사 먹었다. 내가 고객순서 1번이었다. 몇 달 만에 먹어본다. 요즘 현미자연채식을 하고 있어서 고기는 안 먹고 있다. 예전에 먹을 때에도 한 달에 한 번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집에 가서 밥을 먹어야 하지만 반찬과 국을 안 만들어 놔서 그냥 간단히 사먹었다. 그리고 지금 일층에서 카페라떼 한 잔을 사서 홈플러스 커피숍 야외 탁자에 앉아 있다.
커피도 얼마 전에 비올 때 이곳에 와서 한 잔 마시고 오늘이 두 번째이다. 같은 야외탁자에 앉아 있다. 커피를 주문하면서 메뉴를 보니 '프라치노'인지 '프라푸치노'인지 음료 뒤에 붙어 있다. 저게 무얼 의미하느냐고 남자 직원에게 물었다. 그는 작은 키에 바짝 마른 몸매의 30대 남자이다. 내가 주문한 카페라떼를 준비하면서 얼굴에 미소를 짓더니 '얼음을 갈아서 만든 음료를 그렇게 부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위 메뉴 사이에 음료 상품 이미지를 가리켰다. '아~ 저거 군요!'라고 내가 이해했다는 듯이 말했다. 그가 커피도 그런 게 있다면서 이번에는 '샷'이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샷'이란 단어는 익히 들었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도 감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그에게 다시 물어봤다. 그는 내가 시킨 카페라떼 그 자체가 샷이라고 말했다. 설명이 좀 부족했지만 내가 이해한 것이 맞았다. 그냥 기계에서 뽑는 커피 자체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샷을 추가하면 1+1 곱배기가 되는거다. 메뉴판에도 보통 가격과 +1 가격이 함께 있다.
커피를 들고 홈플러스 야외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비가 오면 더 좋았겠지만 맑은 날씨도 괜찮다. 이제 막 오전이 끝나가는 시각이라 사람이 거의 없다. 커피 두껑을 따고 한 모금씩 마신다. 차들이 생생 달리며 소음을 낸다. 무척 시끄럽지만 내 귀에는 자연의 소리처럼 들린다. 마음이 소리에 별로 민감하지 않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냥 마음을 열어놓고 있는 그대로 지나가게 한다.
참새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났다. 내 주변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바닥에 떨어진 과자나 빵 조각을 콕콕 주워 먹는다. 그 녀석 지금 내 눈치를 엄청 살피고 있다. 반경 0.5m 안쪽으로는 절대 안 들어온다.
내 앞에 민들레가 많이 피어 있다. 민들레 홀씨가 솜털처럼 예쁘게 피어 있어 예쁘다. 잠시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박미경의 <민들레 홀씨되어> 노래가 머리에서 나타났다. 생각지도 않게 노래가 떠오르니 당황스럽다. 나는 잔잔하게 민들레를 바라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이런 것이 인연의 법칙일게다. 민들레를 바라보니 시야에 비친 민들레 홀씨가 내 마음으로 날아들어 박미경의 <민들레 홀씨되어> 노래로 탄생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그대로 인식하고 있으니 노래는 조금 진행하다가 사라졌다. 그렇지, 나타난 것은 반드시 사라지게 마련이다. 마음에서 떠오른 것은 마음 속에서 응축되어 있다가 해소되기 위해서 현상으로 드러난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연기처럼 분해된다.
전체와 부분을 생각하고 있다. 전체를 보는 것과 부분을 보는 것의 차이를 지금 느끼고 있다. 눈 앞의 민들레 하나에 의식을 집중해 본다. 그 민들레와 마음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 그 민들레는 주변 세계와 분리되어 고립된다. 의식도 그 민들레만 눈에 담고 있고, 주변의 세계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번에는 의식을 전체 의식으로 전환시켜 본다. 모든 개체들이 제각각 움직이듯 하지만 전체가 한덩어리로 움직인다. 개체가 아닌 한 덩어리로 움직임이 드러난다. 그 안에 개체는 안 느껴진다. 어떤 하나의 사물에 의식이 집중되면 그 하나는 전체와 분리되고 고립되면서 이름과 형상이 별도로 붙게 된다. 그러면 그 개체는 하나의 상으로 머리에 남게 된다. 전체와 분리된 개체는 하나의 관념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전체를 보게 되면 이름도 상도 필요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 완전체의 세상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한 시간 넘게 앉아 있다. 이제 정리하고 영풍문고에 가서 책을 좀 둘러봐야겠다.
방금 꼴라주 앱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서 이제 막 찍은 사진을 재편집하니 위의 사진처럼 나온다. 여러 장 찍은 사진을 이렇게 편집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