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석가모니 때부터 깨닫기 위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한국 불교에서는 간화선(看話禪)이 주로 깨닫기 위한 방법론으로 많이 추천되고 있는데, 간화선은 화두(話頭)를 참구(參究)하여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는 수행법이다. 불교계 밖에서는 조사선(祖師禪)을 선호하기도 하는데, 조사선은 석가모니 부처가 설한 경전이나 언어문자에 의존하지 않고(不立文字) 곧바로 그 마음을 직시(直指人心)하여 깨닫게 하는 선법이다. 조사선은 혼자 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스승을 찾아서 깨달음을 도움받아야 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사선이 깨닫기 위해서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화두선은 너무 어렵고 실제로 깨닫는 사람도 아주 적다. 성철 스님 같은 분이 화두선으로 깨달았는데, 그 외 화두선으로 깨달은 스님들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화두선은 어렵다.
기독교에서 성령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중세 때부터 내려온 신비주의 기독교에는 있을 법도 한데 현재까지 이어지지 않아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오늘날 현대 기독교에는 거듭나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안다. 방법이라고 하니 무슨 수련법을 말하는 것 같아 이상한데, 거듭나기 위한 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겠다. 기독교계에서 말하는 구원의 방법은 모두 잘못된 교리에서 비롯되었다. 즉 아담과 하와가 지은 원죄를 사함받기 위해서 예수님이 구속자로서 예정되었으며, 우리 죄를 사하시기 위해서 죄없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사흘만에 부활하셔서 죽음의 권세를 이기셨다. 우리가 그 사실을 믿고 예수님을 나의 구주 나의 하나님으로 받아들이면 구원을 받고 천국에 들어가게 된다는 그 구원론은 예수님의 복음을 왜곡한 바울의 구원론이다. 기독교인들은 그렇게 예수님을 믿으면 성령으로 거듭났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았고,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구원받았다고 믿었다. 그것이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성령으로 거듭난다는 것은 자아의 죽음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남이 동반되고, 그 과정에서 정말 세상에 다시 태어날 것 같은 정도의 의식의 변화가 동반된다. 실제로 기독교계에서 자아의 죽음을 경험하고 거듭난 사람이 몇 명 있다. 그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불교와 유교와 동학, 선불교 등 여러 종교 창시자들의 경험을 종합해 본 결과 공통의 진리 체험을 갖고 있었다. 이것은 내가 수 년 동안 알아본 결과였다. 그러는 과정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진리를 탐구했던 몇몇 선각자들도 알게 되었고, 류영모 선생은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일반적으로 기독교인들이 알고 있는 구원론은 그래서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예수님의 구속사적 십자가 사실을 믿는 것은 실질적인 구원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성경에 그렇게 쓰여 있지만 그것은 바울의 왜곡된 구원론이다. 예수님은 자아의 죽음, 성령의 거듭남, 하나님 나라, 진리 및 자유를 말했지, 자신의 죽음으로 인한 대속신앙을 말하지 않았다. 대속신앙은 바울의 작품이다. 예수님은 혁명적인 구원론을 펼쳤지만, 바울은 유대의 제물사상 즉 대속사상을 구원론으로 변경한 것이다. 구약의 유대인들은 하나님께 속죄하며 예배드릴 때 동물을 죽여 그 피로 제사를 지냈다. 그것을 바울은 예수님으로 둔갑시켜 대속신앙을 만든 것이다. 그는 예수님 사후에 개종한 자로서 예수님의 진정한 복음을 잘 몰랐던 게다. 성경을 잘 읽어보면 그는 예수님 열두 제자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었다. 도대체 예수님의 어떤 부분을 제대로 이어받았겠는가? 그럼에도 바울은 자신이 전한 복음과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퍼붙는다. 그 저주가 두려웠는지는 몰라도 바울의 대속사상은 지난 200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흘러 내려왔다. 지금이라도 다시 깨어나서 예수님의 복음으로 되돌려야 한다.
예수님은 어떻게 하면 성령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 명확한 방법을 설명하지 않으셨다. 모두 비유로 말씀하셔서 제대로 연구하여 그 방법을 찾아내어야 한다. 불교적인 방법은 명확해서 오히려 쉽다. 천주교 신부님들이 간혹 불교계로 와서 명상법을 배우고 가는 경우가 있다. 그 만큼 기독교에는 좋은 방법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토마스 머톤 수도사도 불교의 명상법을 공부했던 것으로 안다. 그도 훌륭한 명상가이다. 그가 깨달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불교의 명상법은 기독교 내에서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단 개신교는 여전히 불교라면 사탄의 집단으로 안다. 사탄은 본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탄을 생각하는 자가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탄이 생긴 것은 겨우 200년 정도이다. 그 전에는 도깨비나 처녀귀신 또는 산신령 정도였는데, 기독교가 전해오면서 사탄과 마귀가 수입되었다. 그런데 기독교인들과 얘기를 해보면 너무 진지하게 사탄과 마귀를 들먹인다. 사실 사탄은 어릴 때부터 귀가 따갑게 들은 얘기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깨비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사탄은 더 그러했다. 상상의 존재를 말하니 그랬을 것이다. 지금은 사탄은 마음의 산물이라는 것이 자명해져서 별 생각도 없다. 천사도 마찬가지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전유물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도깨비나 처녀귀신 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