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방식을 좀 더 분명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존은 자주 이렇게 말했다.
"Let it come, 오게 두어라.
Let it be, 머물게 두어라.
Let it go, 가게 두어라."
......
주의 기울이기, 가게 두기(letting go)는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곧이어 나는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수련회 참가자들은 몇 시간이고 방석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의를 기울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계속해서 다시 잡념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 다른 사람과 나누는 상상 속의 대화, 그때 그랬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후회, 좋지 않게 생각했던 행동을 수정할 방법에 대한 생각 등이 떠올랐다. '가게 두어라.' 나는 계속해서 선잠에 빠져들었고, 그럴수록 내 앞에 있는 오래된 회반죽벽의 갈라진 틈은 공포, 전쟁, 고문, 괴로움 등의 소름끼치는 환영으로 바뀌었다. 이런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머물게 두어라.' 어느날 존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는 당신과 벽밖에 없고, 지금 그것은 벽이 하는 짓이 아님을 기억하십시오."
《선과 의식의 기술》, 수전 블랙모어 지음, p.17~18
수전 블랙모어가 처음 선 명상을 할 때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상태를 서술한 내용이다. 사실 명상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저런 마음의 동요를 겪는다. 나도 눈을 감고 명상하면 그녀와 같은 상태에 자주 부딪힌다. 뿐만 아니라 이른 아침마다 걸으며 하는 마음공부에서도 마음은 늘 생각을 생성하느라 바쁘다. 차분하게 세상을 있는 그대로 접하고 싶은데 나도 모르게 생각이 나타나 내 의식을 빼앗아 간다. 그런 경우에는 알아차림 외에는 탈출 방법이 없다.
오늘 유성장에 다녀와서 돌아오는 길에 영풍문고에 들러서 책을 둘러보다가 위 책이 보여서 하나 구입했다. 지금 읽으면 적절할 책인 것 같아서 사자마자 충남대학교 벤치에 앉아서 읽어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