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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올리비에 《나는 걷는다, 1 아나톨리아 횡단》를 읽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쓴 《나는 걷는다 - 1 아나톨리아 횡단》를 읽는다. 몇 달 전에 사두었던 3권짜리 여행기이다. 그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부터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 서안까지 매년 몇 달씩 걸어서 여행한 60대 초반의 대단한 사람이다. 그는 이 여행을 하면서 목숨까지 걸었던 것 같다. 여정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사진이 없다. 서문에 실린 편집자의 글에서 이런 내용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저자와 약속한 대로 어떠한 사진도 싣지 않았다. 오직 길만이 중요할 뿐이며, 길을 걸어갔던 - 혹은 그러기를 꿈꾸었던 - 사람들은 길이란 게 걷는 사람의 외부에 존재하는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라, 그가 세계에 -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 부여하는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시선이 물질화된 것임을 알고 있다. 이를 인식하는 데에는 말만으로도 충분하다."

- 《나는 걷는다, 1 아나톨리아 횡단》 p.8,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대체로 여행기를 보면 사진이 많다. 사람들은 자신이 다녀온 곳을 알리고 선전하기 위한 용도로 사진을 많이 활용한다. 그것에 자극된 사람은 자신도 그곳을 다녀오리라 다짐하며 여행을 꿈꾼다. 그리고 그도 역시나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여행지의 풍경을 대중에게 남긴다. 여행기를 쓰더라도 그에게서 독창적인 것을 발견하기 어렵다. 단지 새로운 곳에 대한 사실적 설명이나 여행에서의 에피소드 정도의 글로 가득하다. 단지 다른 여행자와 표현이 조금 다를 뿐 비슷한 여행기를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면에서 나도 같은 부류였다.

진정한 여행자에게서 길이란 단지 객관적인 길 그 이상의 의미를 담는다. 그가 딛는 길은 사적이고 은밀한 상징을 내포한다. 길 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은 그의 경험과 생각과 지식과 만나 새로운 의미 공간을 창출한다. 길은 그를 통해서 비밀스럽게 감추어진 의미를 끄집어낸다.

그는 이제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이 책 초반을 읽으면서 나는 온통 매력에 휩싸였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그는 자신이 직면한 세상을 어떻게 해석할 지 무척 궁금해졌다.

은밀하고 감추어진 것을 들추어내는 면에서 나는 저자의 여행 방식을 무척 공감한다. 그는 자신을 매개체로 세상의 사건을 재해석하려고 한다. 나도 자신을 매개체로 하는 건 저자와 다르지 않다. 다만 나는 세상 자체를 새로운 해석을 통해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는 보물을 드러내려 시도하고 있다. 그것을 내 경험 속으로 걸러내어 언어라는 수단으로 표현을 해야 하는데, 글쓰는 실력이 부족하고 언어력이 짧다보니 그것이 한계이다. 하지만 계속 노력해서 그 실력을 키워가려 한다. 요즘 나는 나만의 여행 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고 실행되며 완성될지는 지금으로써는 나도 알지 못한다. 많은 세월 여행을 하면서 그것이 조금씩 완성되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