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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파울로 코엘료 《순례자》, 에스테야(Estella)에 도착하다
Puente Románico
코엘료는 페트루스와 함께 푸엔터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 Gares)에 이르렀다. 이 도시에는 Puente Románico라는 다리가 있는데 이 도시의 이름이 이 다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페트루스는 순례길을 걷는 동안 코엘료에게 이상한 의식을 가르치고 있다. '속도 훈련'이라고 해서 보통 걸음보다 느리게 걸으며 주변 풍경과 사물들을 세세히 관찰하면서 정신을 집중시킨다. '잔인성 훈련'이라고 해서 자기 자신에게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생각, 이를테면 질투, 자기연민, 시기심, 증오 등이 머릿속을 스칠 때마다 이 훈련을 하라고 지시한다. 그 훈련은 검지손톱을 엄지손톱 뿌리에 대고 세계 누른다.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서 다 나가버릴 때까지 손가락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한다. 며칠 지나서는 천사와 악마와 관련한 '사자(使者)의 의식'이라는 걸 또 행한다. 천사와 악마는 우리와 세상을 이어주는 중요한 통로라고 한다. 의식을 통해서 자신의 사자를 불러들인다. 그들이 에스테야에 이르렀을 때 저녁을 배불리 먹고서 강과 만나는 어둡고 조용한 장소에서 의식을 행하며 환상 속에서 사자와 접촉한다. 코엘료와 페트루스는 그렇게 느릿느릿 여행을 하면서 이제 겨우 에스테야(Estella)에 도착했다. 이들의 여행 목적이 굳이 산티아고에 도착하는 게 아니니 상관은 없다. 이 책은 단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위한 여행책이 아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영적 여정을 담은 책인 듯하다. 즉 현실적인 경험과 영적 경험을 환상적인 네러티브로 전개하고 있다. 종종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이 코엘료의 《순례자》를 읽고 자신도 그 길을 걷노라고 말하는 걸 봤는데, 책을 통해서 느꼈던 환상과 현실은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800km를 걸으면서 코엘로처럼 여행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정체가 도대체 뭘까? 그가 찾는 검은 어떤 은유일까? 책의 뒷 페이지로 훌쩍 뛰어넘어서 바로 확인하고 싶지만 참으면서 조금씩 읽어 나간다. 구글 지도를 펼쳐서 그가 지나는 지점도 확인하고 있다. 344페이지 중에서 107페이지를 읽고 있는데, 그는 아직 순례길 초반 부분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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