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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 Day 07~08

눈을 뜨니 아침 7시를 지나고 있다. 새벽에 한두 번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깰 무렵에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꿈을 꾸었다. 20대에 가끔 잊지 못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 꿈의 영향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오랫 동안 꿈을 기억하며 되새기곤 했다. 우리 삶도 꿈과 같은데 하물며 진짜 꿈은 스쳐 지나가게 두자.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를 읽고 있다. 7일째부터 8일째까지 읽었다. 그녀는 북쪽 프랑스길을 시작해서 약 120km 지점인 로스아르코스를 지나고 있다. 이 책은 조금 딱딱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재미있고 깊이가 있다. 이 책이 2007년 6월에 출판되었으니 아마도 그녀는 2006년에 순례길을 떠났을 것 같다. 지금이 2019년 12월이니 약 12년 전의 일을 읽고 있다. 요즘은 산티아고로 떠나는 한국인 여행객이 많다고 들었다. 단체여행까지 생겼으니 대단한 열기가 아닐 수 없다. 한 동안은 산티아고 순례길 붐이 꺼지지 않을 것 같다. 내가 그 길을 가려면 아직 몇 년 더 지나야 한다. 여러 준비할 것도 있고, 비용도 마련해야 하고, 사전에 건강도 챙겨야 한다. 순례길 책을 읽어보니 모두가 여간 고생이 아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하루에 최소 20km 이상씩 걷고 있으니 무슨 말이 또 필요하랴!

여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도달해야 할 곳이 있다. 최종적으로 도착해야 할 곳이 있고, 매일매일 도착해야 할 마을이 있다. 그렇게 계획을 짜고 하루하루 걸어 나간다. 생각보다 늦어지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몸이 불편해지면 짜증도 날테고 여행은 힘들어진다. 우리 삶 자체가 여행일텐데, 나는 순간순간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려고 한다. 멀리 바라보지 않고, 앞을 계산하지 않고 그냥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그곳에서 만족하며 최선의 길을 가려고 한다. 그래서 매 순간 그런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여행을 하더라도 그날 걸어지는 만큼 적당한 거리를 걸으며 대지와 경치를 즐기면서 여행할 것 같다. 발 딛는 곳에서 충만할 것! 적당히 걸었다고 생각되면 쉬면 되고, 또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그럴려면 목적없는 여행이 되어야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더라도 산티아고가 목적지가 아니라, 내 발바닥이 머무는 곳이 늘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 즉 한발 한발이 목적지를 걷는 것이다. 아직 그런 경지에 완전히 도달하지 못했지만 요즘 매일 걸으면서 그런 심정으로 걷고 있다. 단지 걸을 뿐, 걷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갑천 누리길. 습지길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왼쪽 하얀 건물은 유성 홈플러스이다. 오른쪽에 우드볼 연습장이 있고, 그 옆으로 갑천이 흐른다. 이곳은 연세가 60세 이상인 남녀 노인층이 주로 와서 우드볼을 친다.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여느 청춘남녀 따로 없다. 나이를 먹어도 이성간의 관심은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요즘 매일 갑천을 걷는다. 습지길까지 다녀올 때에는 마치 순례길을 다녀온 기분이다. 습지길 안쪽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약 네 시간 정도 걸린다. 습지길 입구까지는 두 시간 정도에서 돌아온다. 언젠가 여행을 떠날 계획일 때, 갑천을 따라서 먼 길을 걸으며 체력을 단련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