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은 알프스 한가운데 스위스 생모리츠(Sankt Moritz)에서 국경 너머 알프스가 끝나는 남쪽 이탈리아 티라노(Tirano)까지의 영상이다. 알프스 계곡 사이를 누비며 지나가는데 경치가 참 생경하면서 아름답다. 알프스산이어서 그런지 터널이 많다. 거의 다 1910년 경 만들어졌다. 사람이 직접 바위산을 뚫었을텐데 대단하다.
유튜브에 여행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이제는 세상 사람 모두 유튜브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서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볼 수 있다.
여행을 가고 싶지만 갈 수 없으니 영상을 찾아서 보고 있다. 예전에는 여행지 영상을 많이 봤는데 며칠 째 달리는 기차에서 담은 영상을 보고 있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끊김없이 쭉 보여주는 이런 영상은 정말 좋다. 마치 내가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느낌도 든다.
2001년 유럽에 배낭여행을 갔을 때 처음 시작 지점이 영국이었다. 영국에서 며칠 머물 때에는 버스나 걸어서 이동했기 때문에 기차 탈 일이 없었다. 비행기 타고 네덜란드로 넘어가서 처음으로 유레일패스 티켓으로 기차를 타기 시작했다. 그때 차창 밖으로 보이는 넓고 푸른 초원과 높다른 산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넓은 초원 곳곳에 하나씩 보이는 집들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지! '여기가 진정 유럽이구나' 하는 설레이는 마음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기차로 접하는 풍경은 걸어서 접하는 풍경과 느낌이 다르다. 이 영상을 보니 여행 기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사실 유럽 영상을 보면서 실험하는 것이 있다. 영상 내용에 집착하지 않고 보는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더라도 풍경에 의식을 두지 않고, 즉 대상에 집착하지 않고, 내 깊은 내면의 근원에 의식을 두고 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의 봄(seeing)은 세상이 바람에 밀려나는 물결처럼 느껴진다. 즉 의식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대신에 순간순간 비쳐지는 풍경은 정말 신선하고 아름답게 와닿는다. 다만 이런 상태에서 접한 풍경들은 기억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기억하면 기억하겠지만 굳이 기억하려 들지 않는다. 이것이 요즘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상태인데, 만약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갔을 때에는 어떤 느낌일까 아직 실험이 되지 않아서 영상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껴보는 것이다.
앞으로 국내나 해외로 여행을 한다면 마음의 다양한 작용을 실험하고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이전에 가졌던 그런 심리적 마음이 아니라 깨어있음 상태에서 세상이 어떻게 나에게 다가오고,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는지도 확인하고 싶다. 늘 보고 접하는 주변 풍경과 새롭게 만나고 부딛히는 풍경 속에서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것이 가장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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