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삶의노트 > 삶의노트

과학(3) 교육(3) 글모음(59) 깨달음(352) 생각(437) 시사(104) 여행(97) 역사(1) 영성(273) 영화  (7) 예술·미술(35) 일상·삶(502) 종교(570) 철학(5)

나의 옛 이야기

일찍 자고 싶었지만 그게 내 맘대로 안 된다. 잠자는 게 나한테는 참 힘들다. 아주 피곤하지 않으면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수면 시간도 제멋대로이고 깊게도 못잔다. 내 삶은 참 고달팠다. 때때로 보통 사람들 속에서 함께 어울려 살 때에는 그들의 시간에 맞추어서 살기도 했다. 하지만 타인과 공동으로 함께 할 필요가 없을 때에는 여지없이 야행성으로 변했다.

내 삶은 참 고독했다. 그렇다고 외로워 한 것은 아니다. 단지 홀로인 것을 무척 즐겼다. 책 읽고 사고하고 꿈꾸는 것을 좋아했다. 내 삶은 18살 때부터 평범함을 벗어났다.

밤은 나에게는 신비의 세계였다. 깨어있는 사람이 없을 때, 정적이 흐르고 가만히 홀로 반짝이는 눈을 뜨며 정신을 살찌우는 시간은 그야말로 황홀했다. 처음 18살 때 밤새도록 책을 읽으며 새벽을 맞이했을 때의 그 짜릿하고 신선한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때 읽은 책이 A. J. 크로닌의 《신부의 조건》이었다. 천주교의 젊은 신부와 어린 숙녀와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었는데, 몇 년 후 책 제목이 바뀌었는지 다시는 그 책의 제목을 볼 수 없었다. 나의 책 읽기는 그때부터 본격화 되었다. 소설과 에세이 중심으로 읽다가 20살 무렵부터는 철학책까지 읽었다. 데카르트와 스피노자를 읽었고, 에리히 프롬과 같은 여러 사회 사상가들의 책도 읽었다. 소설보다는 사상집이 나한테는 더 매력적이었다. 그렇다보니 아직까지 소설은 그리 많이 읽지 않았다.

독서는 어릴 때부터 했었다. 10살 때부터 아버지께서 사주신 세계위인전집과 한국위인전집을 읽었다. 그 책들은 방학 때마다 할 일 없고 심삼할 때 반복해서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학교에 가면 왠만한 동화책은 모두 읽었다. 학교에서는 학급마다 집에서 노는 동화책을 모아서 학급 문고를 만들었다. 나는 그렇게 모여있는 수 십 권의 책을 해마다 모두 읽었다. 그때 책에 폭 빠져서 무척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때에는 책 읽은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세계명작전집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1학년에 입학을 하니 첫날 교사 한 분이 와서 책을 홍보했다. 어찌나 흥미롭게 유혹을 하든지 나는 매월 오천원씩 할부로 전집을 구입했다. 가난했던 그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큰 투자였다. 일 년 동안 책 값 갚느라 용돈이 많이 부족했었다. 하지만 공부하느라 구입한 책은 별로 읽지 못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하반기에 나는 내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현실적인 내 꿈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그 꿈을 위해서 바로 실행에 뛰어들었고, 내 인생은 그때부터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마침 아버지와 가족들도 나의 계획에 힘을 실어 주었다. 물론 그때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갑작스런 집안의 변화와 어려움이 있었고, 나중에 내 계획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더 어울리는 적성을 찾았다. 처음 내가 가졌던 꿈은 슈바이처 박사처럼 의사가 되어 아프리카로 가는 것이었다. 가난하고 열악한 생활을 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서 일생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삶은 생각지도 못하게 흘러가서 그때 꿈은 이루지 못했다. 나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내 삶을 돌아보면 나는 참 자유롭게 살아왔다. 아버지와 형제들의 든든한 믿음이 큰 밑거름이 되었다.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아버지는 허락하고 믿어주고 힘이 되어 주셨다. 아버지는 나 뿐만 아니라 우리 형제 모두에게 그런 믿음으로 도움을 주셨다.

밤이 깊어가니 갑자기 내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조금 기록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