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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원각(圓覺)이 보조(普照)하니
적(寂)과 멸(滅)이 둘이 아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
보고 듣는 것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아, 시회대중(示會大衆)은 알겠느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山是山 水是水)

- 성철 스님
- 《자기를 속이지 말라》p.213~214, 정찬주 지음

이 글은 1981년 성철 스님이 조계종 종정에 취임할 때에 말씀하신 법어라고 한다. 워낙에 유명한 말씀이라 한번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못 들어봤다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성철스님이 들려준 이야기》에는 위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뚜렷이 깨달음 널리 비치니,
고요함과 없어짐이 둘 아니로다.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
들리는 소리마다 묘한 이치로다.
보고 듣는 이것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아 대중은 알겠는가?
산은 그대로 산이요, 물은 그대로 물이로다.

원전에는 중국의 송대(宋代) 청원행사(靑原行思)라는 선종(禪宗) 대사가 남긴 말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산은 산이었고 물은 그저 물이었다.
뒤에 볼 때 산은 산이 아니었고 물은 물이 아닌 듯했다.
끝내 산을 볼 때 산은 역시 산이었고 물은 역시 물이었다.

看山是山, 看水是水.
看山不是山, 看水不是水.
看山仍然山, 看水仍然是水.

성철 스님은 선종 대사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를 옮겨와서 사용한 것이다. 성철 스님의 인용으로 그 말은 무척 유명해졌다.

성철 스님의 말씀 중에서 나는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 들리는 소리마다 묘한 이치로다. 보고 듣는 이것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라는 말이 너무 생생하게 경험된다. 보이고 들리는 것에서 참된 이치와 진리를 보려면 깨어나야 한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삶을 살아가면 하나님 나라가 바로 이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근원으로부터 흘러넘치는 평화와 참된 안식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