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영상을 보면 도올 김용옥 선생이 도마복음의 하나님 나라 비유를 설명하는 내용이 나온다. 밀가루가 가득한 동이를 이고 가는 한 여인에 대한 해석을 하고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버지의 나라는 밀가루 가득한 동이를 이고 가는 한 여인과 같다. 그녀가 먼 길을 걸어가는 동안, 동이 손잡이가 부서져 그녀의 길 뒤편으로 밀가루가 날려 나갔다. 그녀는 아무 것도 몰랐다. 그녀는 문제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 여인이 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동이를 내려 놓고 그것이 빈 것을 발견했다." - 《도마복음》제97장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버지의 나라는 그의 밭에 보물이 숨겨져 있으나 그것을 모르는 한 사람과 같다. 그리고 그가 죽었을 때 그는 그의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그 아들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는 그 밭을 상속받아 팔아버렸다. 밭을 산 사람이 밭을 갈다가 그 보물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누구에게든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었다. - 《도마복음》제109장
도올 선생은 위 비유에 대해서 오강남 교수에게 어떻게 해석했느냐고 묻는다. 오강남 교수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그 비유의 의미를 몰랐다고 말했다. 도올 선생은 이런 비유는 서구 신학자들은 해석하지 못한다고 한다.
동이가 빈 것을 노자 사상의 '비었다'는 의미의 허(虛)로 설명한다. 도올 선생의 설명은 이러하다. 여인은 삶에 대한 기대와 소망 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살면서 꿈을 꾸고 했지만 나중에 빈 동이였다. 처음에는 도올 선생도 저 비유를 이해하지 못하다가 뒤에 있는 비유를 보면서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농부는 보물이 있는 줄도 모르고 밭을 갈다가 그냥 죽었다는게 전부이다. 이것은 노자의 허와 관련이 있으면서도 그 시대 갈릴리에서 아무것도 의심하지 못하고 천국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희망을 가지면서도 모든 게 좌절되어가며 죽어가는 그 당시의 갈릴리의 모든 사람들을 이런 말로 표현한 게 아닌가 라고. 그런 치열한 현실 긍정의 논리까지를 포함해서 이것을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은 임순희씨의 설법 중 나온 해석이다. 임순희씨는 불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다가 남편따라 어느 날 마음공부를 시작했는데 6개월만에 깨달음을 얻은 분이다. 10년이 지난 요즘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분이 도마복음의 동이를 이고가는 여인에 대한 해석을 내가 다시 정리하면 이러하다. 사람이 깨닫는 순간에 어떤 이는 통밑이 쑥 빠지는 듯한 체험과 함께 그 동안 자신을 짓누르던 온갖 욕망과 삶의 힘겨움이 한번에 날아가는 듯한 경험을 한다. 하지만 어떤 이는 그런 강렬한 체험없이 깨달음이 왔는데, 아집에 구멍이 생겨서 그것이 솔솔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것이 정말 무섭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집이 남아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을 도마복음의 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의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한번에 빠지든, 천천히 빠지든 자신의 망상이 만든 번뇌가 다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도올 선생은 학자이다. 그렇다보니 예수님 시대의 현실사회의 상황과 동양적 사상의 논리적인 바탕 위에서 예수님의 비유를 해석한다. 그래도 해석의 실마리를 찾으니 대단한 분임에는 틀림없다. 오강남 교수는 감도 잡지 못했으니 말이다. 반면에 임순희씨는 깨달음에서 오는 직관으로 그것을 우리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해석한다.
비유라는 것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결과로 나타난다. 누구의 해석이 맞느냐고 섣불리 말하기도 힘들다. 도올 선생은 하나님 나라가 그 시대 민중들 삶 속에 감추어져 있음을 강조하는 것 같다. 이것은 두 번째 비유에서는 맞는 듯하지만, 첫번째 비유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임순희씨는 하나님 나라가 깨달은 이의 마음에서 조금씩 확장되어 완성되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 같다. 즉 마음의 온간 번뇌가 조금씩 비어져서 결국에는 텅빈 항아리, 즉 공(空)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라 말하는 것 같다. 우리 삶을 짓누르던 온간 번뇌가 사라진 자리, 자아의 영역이 비어지고 텅빈 공(성령)만이 남은 상태가 저 비유의 설명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도올 선생의 설명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의 해석은 자신과 무관한 대상으로서의 하나님 나라를 말하는 듯하다. 그것은 학자들의 약점이면서 한계이기도 하다. 해석을 했지만 생명력이 결여된 해석인 것이다. 반면에 임순희씨는 깨달음에 도달한 사람의 마음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고 있다. 예수님은 과연 어떤 의미에서 하나님 나라 비유를 말했을까? 임순희씨의 해석은 지금 나에게서도 경험되는 실제이다. 도올 선생의 해석은 어느 정도 수긍은 가지만, 동이를 이고가는 여인의 비유에 한에서는 내 속에서 경험되지 않는다.
나에게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그대로 해석을 해보면 이러하다. 하나님 나라는 밀가루 동이를 이고 가는 한 여인과 같다. 이 비유는 하나님 나라가 어떤 식으로 형성되는지 그 상태를 설명하는 구절이다. 그녀가 먼 길을 간다는 것은 우리 삶의 과정을 말한다. 동이 손잡이가 부러져서 그 구멍으로 밀가루가 날려 나갔다는 것은, 깨달음(거듭남)의 한 사건이 생겨서 아집과 자기중심적인 삶에 구멍이 생겼다는 것이다. 동이가 깨어졌다는 것은 자아의 죽음을 의미한다. 그 구멍으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자아의 영향력과 습성이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녀가 집에 도착했을 때 동이가 빈 것을 알았다는 것은, 자아 안에 응집되어 있던 아집이 모두 사라져서 하나님 나라가 마음 안에서 온전히 이루어졌음을 알게 되었다는 표현이다.
자아와 하나님 나라는 반비례한다. 자아의 영향력이 크면 하나님 나라가 축소되고, 자아가 비어지면 질수록 하나님 나라는 확장된다. 이 비유는 자아가 사라져가는 과정이 곧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유사한 비유가 복음서에 많다. 누룩 비유도 그러하고, 겨자씨 비유도 그러하다. 이런 해석이 가능한 것은 스스로 깨달아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도올 선생이나 오강남 교수처럼 머리 쥐어뜯으며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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