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에 속지 말라지 내 말 말이여 내 말하는데 속지 말란 말이여 난 전부 거짓말만 하는 사람이여 알겠어요? 나는 순 거짓말만 하고 사는 사람이니까 내 말에 속지 말라 그 말이여 자기 말에 속지 말라는 그 말이 아니고...
- 성철 스님의 말씀 중에서
불교에서 인생은 한낯 꿈과 같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한다. 깨달은 사람은 삶이 꿈이라는 걸 알면서 살지만, 범부는 꿈 속에서 꿈인 줄 모르고 산다.
성철 스님은 자신은 전부 거짓말만 하는 사람이니 그 말에 속지 말라고 한다. 그가 스스로 거짓말장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저런 말씀을 하신 것일까? 듣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다.
성철 스님은 자신의 말을 듣는 사람, 즉 범부의 입장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다. 사람들은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꿈꾸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세계는 모두 꿈인 것이다. 꿈은 실재가 아니니 거짓이다. 꿈꾸는 사람의 꿈속에서 성철 스님이 아무리 진리를 말하더라도 꿈 속에서 듣는 사람에게는 모두가 꿈이고 헛소리인 것이다. 그러니 깨닫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성철 스님의 모든 말이 거짓인 것이다. 그 사람에게서 스님은 존재 자체가 꿈이니, 자신의 말도 거짓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반면에 승철 스님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다. 그는 깨달은 자여서 꿈에서 깨어나 있다. 그러니 '자기 말에 속지 말라는 그 말이 아니고...'라고 하신 것이다. 여기서 자기란 부처를 말한다. 물론 깨닫지 않은 사람도 그 마음에 본래 부처가 있다. 다만 그는 자신이 부처라는 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그가 듣는 모든 것은 다 꿈이요 헛소리인 것이다.
동영상 마지막에 성철 스님의 이런 말이 나래이터를 통해서 전해진다.
"사람들은 스님에게 그 뜻을 물었다. 그러나 스님은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다만 언어의 한계를 넘어 그 진리를 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말에 얽매여서 언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진리는 결코 언어로 대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언어가 아니면 진리를 표현할 수 없으니 그 한계를 안고서 겨우 드러내려 노력할 뿐이다. 언어 이전에 나타난 곳을 봐야 하고, 언어 너머에 있는 진리에 시선을 두어야 한다.
저 동영상이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악의적으로 퍼뜨려지고 있다. 아마도 설교 시간에 목사도 활용할 듯싶다. 예전에 성철 스님이 '사탄을 공경합니다'라는 글을 두고서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봤다. 성철 스님의 말들은 깨닫지 못한 사람이 들으면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많다. 그런 것들은 불교를 비판하는 기독교인들에게서 악의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참 많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정말 도(道)가 높은 경지의 사람이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사탄을 공경한다는 글이 포함되어 있는 원문도 읽어보았는데 자비심이 넘치는 글이었다.
※
2019.10.16
정찬주가 쓴《자기를 속이지 말라》에서 위 성철 스님의 말씀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있어서 남긴다. 저자는 성철 스님과 관련한 책을 쓴 적도 있고, 성철 스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다.
"1천 3백만 불자가 있는데 그 불자들에게 한 말씀만 주십시오." 스님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한 말씀이라…… 네 말에 속지 말라. 내 말 …… 내 말이여. ……내 말에 속지 마라, 그 말이여!" 이 내용이 육성 그대로 텔레비전 화면에 실려 나갔다. 그 인터뷰로 인해서도 말들이 분분했다. 불자들의 불만은 '그런 기회가 있으면 좋은 말씀을 하셔서 국민들이 기쁘고 고마운 말씀을 할 것이지, 처음 나가는 종정 큰스님 방송 인터뷰에서 느닷없이 '내 말에 속지 마라' 하시니 그러면 당신은 만날 거짓말만 하고 사시냐는 것이었다. 성철 스님은 늘 법문하시면서 강조하셨다.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영원한 생명과 무한한 능력이 있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우리도 부처님이 가신 길을 가면 그 누구라도 영원한 생명과 무한한 능력을 개발하여 쓸 수 있다. 그 지름길이 바로 참선이다." 그러니 '내 말에 속지 마라'고 한 뜻은 "내가 종정이라는 고깔을 쓰니 인터뷰도 오고 하는 모양인데 난들 별 사람이냐?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서 오늘 이렇게 종정이라는 고깔을 쓰지 않았느냐? 그러니 고깔 쓴 나를 보고 무엇을 얻으려 하지 말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영원한 생명과 무한한 능력을 스스로 개발해 쓰도록 하라"는 당부의 말씀인 것이다. 선가에서는 흔히 은유적 표현과 반어적 설법을 사용한다. 이 열반송도 그렇다. 기독교 인사가 어디서 착상을 했는지, 성철 스님 말을 글자만 따라가서 영 엉뚱하고 희한한 해석을 해낸 것이다. 선가의 입장에서는 성철 스님의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포복절도 할 일로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열반송에서 '평생 남녀의 무리를 속였다'고 한 성철 스님 말씀은 앞의 '내 말에 속지 마라' 하시는 말씀과 같은 것이다. "내가 수행자로서 평생을 살았는데 사람들은 내게서 자꾸 무엇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실은 자기 속에 영원한 생명과 무한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그것을 개발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나만 쳐다보고 사니 내가 중생들을 속인 꼴이다. 그러니 나를 쳐다보지 말고, 밖에서 진리를 찾지 말고 자기를 바로 보아라. 각자 스스로의 마음속에 영원한 생명과 무한한 능력을 잘 개발하라." 그러한 모든 중생에게 이익을 주고 깨우치지 못하고 떠나니 섭섭하기 짝이 없다는 뜻으로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된다'고 하신 것이다.
- 《자기를 속이지 말라》p.190~197, 정찬주 지음
<성철 스님의 열반송>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데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