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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쉬운가?

오랜 기간 동안 깨닫기 위해서 노력한 사람은 깨달음이 어렵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보통 20~30년 정도 수련이나 명상을 했다고 한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나는 의아하지만, 하여튼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대체로 깨닫는 사람들의 기간을 보면 3년에서 5년 사이인 것 같다. 아주 드물게 1년 미만으로 깨닫는 사람도 있다. 나는 자료 조사부터 시작해서 깨닫기까지 3년 반 정도 걸렸다. 이런저런 명상을 조금씩 해 보다가 내 방식을 찾아서 본격적으로 마음챙김 한 것은 마지막 일 년 정도이다.

처음 마음공부를 시작할 때에는 그냥 막연하고 앞이 캄캄했다. 이년 정도 지나나면서 그동안 많은 책을 읽었고, 나름 깨달았다고 하는 사람들의 동영상도 거의 다 봤다. 중요한 사람의 동영상은 몇번이고 반복적으로 봤다. 이론적으로는 깨달음이 어떤 것이고, 깨달음과 함께 어떤 체험을 일어나며, 깨달음에 다가갈수록 어떤 현상들이 있는지 다 알게 되었다. 하지만 실체를 알 수 없으니 가슴은 답답하기만 했다. 2018년도를 시작하면서 그해는 정말 제대로 노력해서 끝을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깨달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고, 다만 좀 더 시간투자를 해서 최선을 다 해 보자고 다짐했다. 사실 깨닫기 위해서 의도적인 마음을 가지면 오히려 더 멀어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나는 그러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함이 없는 노력을 했다. 마음챙김을 하는 동안에는 마음을 비웠기 때문이다.

깨달은 사람들은 깨닫는 게 세수하다가 코 만지는 것보다 쉽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쨌든 깨닫게 되면 본래 깨달음이란 게 늘 곁에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것만 확실히 이해했다. 늘 함께 있다는 것은 단지 내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자각하는 게 깨달음이 아니겠는가.

실제로 깨달음이 왔을 때, 즉 눈 앞에서 본성이 자각되었을 때 나는 짧게 두 마디만 했다. '아하, 이것이구나'라고. 그때 깨달음을 알았다는 잔잔한 희열감이 오면서 그냥 싱글벙글 했다. 정말 늘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한 것이었다. 보면서도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깨닫고 나면 정말 쉽다는 게 그래서 나온 말이었다.

그나마 내가 본성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책과 깨달은 사람들의 동영상을 봤기 때문이었다. 삼년 반 동안 읽은 책이 200권 넘고, 동영상도 1,000편 넘은 것으로 안다.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사전에 필요한 정보는 다 확보한 상태였다. 그렇다보니 내가 깨닫는 순간 지식적으로 아는 것을 체험으로 확인하는 정도였다. 나와 같은 상태의 사람은 깨닫는 순간 어떤 거대한 황홀감이나, 밑통이 빠지는 듯한 체험이나, 기타 요란한 체험은 없다고 한다. 은근히 나도 멋진 체험을 기대했지만 좀 싱거웠던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내가 스승없이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사전의 많은 정보가 있어서 가능했다. 만약 나 혼자서 깨달으려고 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실 책보다도 동영상이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영상으로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현상들에 대해서도 모두 설명해 주었다. 그런 영상을 모두 섭렵해서 나에게 일어날 현상들에 대해서 사전에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깨닫을 무렵에는 나도 깨달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까지 했다. 덕분에 나름 오랜 시간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견딜 수 있었다. 그게 다 사전에 들은 동영상 덕분이었다.

깨닫는 것은 깨달은 사람에게는 참 쉽다. 하지만 깨닫기 전에는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다. 더군다나 혼자서 시도하는 사람은 더더욱 힘들다. 그것은 숨어있는 어떤 것을 찾는 게 아니라, 보고 있는 것을 눈의 비늘을 제거하고 재인식하는 것이어서 누군가의 가르침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깨달음은 정말 어렵다.

깨닫고자 노력해도 실패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아예 가능성이 제로이다. 노력아닌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은 하되 노력한다는 의식을 갖지 않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명상센터나 수련을 하면서 깨닫기는 참 어렵다. 그들은 깨달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나는 2018년 한 해 유성을 돌아다니며 자연 속에서 알아차림 했다. 유성천을 걷거나 벤치에 앉아서 물의 흐름을 보고, 나무를 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풀과 갈대를 보고, 물오리와 백로 그리고 회색 왜가리와 벗하며 알아차림을 했다. 갑천을 자주 걸었는데, 걷는 자체가 알아차림이었다. 월평동 습지길을 5시간씩 걸어다니며 그 속에서 명상을 했다. 아마도 그런 집중적인 노력아닌 노력을 해서 깨달음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깨달음을 통해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의 본성을 보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그것을 부처, 한마음, 자성, 여래 등으로 불려진다. 기독교에서는 성령으로 불려진다. 물론 한국 기독교는 그것을 부정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깨달음을 좇는 소수의 기독교인들은 그것이 성령이라고 말한다. 나도 경험해보니 성령이 맞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 성령인 것이다. 

깨달음은 본성을 보는 것이어서 그것이 전부이다. 깨달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갑자기 위대한 성인이나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게 아니다. 인간 세상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 본성을 기반으로 이전의 습성을 버리는 노력을 별도로 해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갈고 닦아서 윤리적으로 인격적으로 완성된 인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만약 깨달았음에도 별도의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는 여전히 행실로는 옛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것은 몇 달 동안의 내 경험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깨달았다고 해서 내 속사람까지 확 변화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수한 본성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변화된 삶을 살 가능성은 엄청 높아진 건 사실이다.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고 도와주려 하고 더 높은 정신적 상태를 가지려고 한다. 반면에 깨닫고 나서 자아가 더 기고만장하게 살아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람은 어떤 단체를 만들어 교주가 되거나 사이비가 될 수도 있다. 깨달음의 역효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문제를 일으키는 사이비 단체나 교주들이 대체로 깨달음의 맛을 보고 역방향으로 나간 경우라 하겠다.

깨달음이 쉬운가? 깨닫기 전에는 무진장 어렵다. 하지만 깨닫고 나면 쉬웠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깨달음은 영적 삶의 진정한 시작이다. 그 전에는 준비단계였다. 

나는 내 안에서 천국과 지옥의 싸움을 본다. 이전에는 자아가 감투를 쓰고 지옥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성령이 그 자리를 빼앗아 통치를 하기 시작했다. 자아는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두 영역은 자신의 통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싸우고 있다. 이 싸움을 끝장내기 위해서는 성령이 모든 영역을 확보하도록 도와야 한다. 하나님 나라와 그의 통치는 내 밖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 속에 있다. 내 안에서 하나님 나라가 온전히 서면 더불어 세상도 하나님 나라가 된다. 하지만 세상을 아무리 바꾸어도 내 안에서 하나님이 통치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