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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이후 두 달이 지나는 지금

깨달음 이후 두 달이 막 지나는 지금 나에게는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난다. 우선 자아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삶을 살아가는 주체가 더 이상 자아가 아니다. '나'라고 할 만한 것을 내 속에서 찾을 수 없다. 그냥 삶이 살아지고 있다. 한번씩 생각이나 감정 또는 욕망에 끄달릴 때도 있지만, 그것이 이전 습성 때문에 그냥 일어나는 것이지, 내가 그것들의 주체로서 한다는 생각이 없다. 그런 것들이 일어나더라도 그때 뿐이며 바로 평정심을 찾는다. 아마도 깨달음과 함께 자아가 죽은 것 같다. 즉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이전의 내가 안 느껴진다. 물론 자아는 활동을 한다. 하지만 그 활동이 '나'라는 것으로 활동하지 않고, 상황에 따른 자연적인 활동으로 인식된다. 그러니 자아없는 행위, 즉 자아의 죽음을 본 것이다. 참고로 자아가 죽었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성인이 된다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 도덕적으로 온전한 인간이 되려면 별도로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 하늘의 질서와 인간의 질서는 다르다. 하지만 깨달으면 이전보다 더 높은 도덕심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  

견성을 하더라도 자아의 옛 습성이 한 순간에 떨어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생각이 나타나서 휩쓸고 지나가고, 감정에 격앙될 때도 있고, 인간적인 욕망도 한번씩 생긴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일어나더라도 의식 아래 깊은 곳에서 흔들림없이 잔잔하게 자리하는 무엇이 늘 있다. 그것이 무엇이라고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텅 빈 존재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고요하면서도 깨어있는 의식인데, 표층에서 생각과 감정이 파도를 만들더라도 그 아래 심층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존재가 느껴진다. 이 존재는 깨달은 이후 한번도 사라지지 않았다. 의식만 깨어 있으면 늘 이것이 느껴지면서 잔잔한 희열감을 준다. 

나에게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알아차림 하는 것이 있다. 이 의식 안에서 삶과 세상이 펼쳐진다. 이전에 대상을 알던 그 느낌과는 확연히 다르다. 내가 안다는 느낌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서의 앎이 느껴진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라는 느낌은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아는 존재가 늘 있다. 존재라기 보다는 앎 자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인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깨달아야겠다는 생각이 없다. 간혹 사람들은 자신의 깨달음을 못 믿고 다시 깨달음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날 이후로 그게 없다. 더 이상 영원한 존재에 대한 갈망도 없다. 기독교적 배경에서 자라왔기에, 이전에는 힘들거나 영적인 답답함을 느낄 때 늘 하나님을 찾았다. 하나님을 찾아야 하나님이 함께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혀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 마음 깊은 곳에서 변함없고 충만한 존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 존재를 성령이라고 부른다. 그런 이유로 더 이상 나 밖에서 하나님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 내가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 등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해서 성령이 직접적으로 이끌고 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한다. 

지금 내 마음은 이런 상태로 삶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