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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하나님, 고난은 왜 주실까?

"고난을 겪을 때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고통이 있는 곳에 함께하신 하나님’이다. 그리하여 주님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고난 중에서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이 사실을 믿을 때야 우리는 희망을 볼 수 있다. 믿음을 가진다는 것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참 모습이다."

위 글은 <침묵하는 하나님, 고난 왜 주실까>라는 기사의 결론 부분이다.

기독교에서 하나님은 실존이 아니라 늘 믿음과 함께 한다. 우리가 고난을 겪을 때 하나님은 왜 침묵하실까? 하나님이 침묵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고난 중에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실'과 '믿음'을 같이 말한다. 사실이면 사실이지 왜 그것을 믿으라고 할까? 저자 자신도 사실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실인지 아닌지 스스로 검증하지 못했지만 자신도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질문자도 사실로 믿으라는 것이다.

사실은 경험이지만 믿음은 생각에 가깝다. 믿음에 어떤 해석을 하더라도 경험적인 상태는 아니다. 경험되는 것이라면 굳이 믿으라고 하지 않는다. 경험되는 현상이라면 사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안다'라고 하지 결코 '믿으라'고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서 경험되지 않는 것은 믿음이나 이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떤 것을 믿으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직 그 실체를 알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모두 이런 식이다. 어떤 일에 대해서 일단 사실로 정해두고 그것을 믿으면 된다는 식이다. 물론 그것을 사실로 믿는 순간에는 체면 효과라도 있어서 잠시 동안은 고통이 유보되기는 한다. 하지만 그 약효가 얼마나 갈까? 근원적 해결이 되지 않는 한 고통은 계속 지속된다.

내가 기독교에서 벗어난 것도 모든 문제가 이런 식의 해결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는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기독교의 구원론 조차도 실존이 아니라 믿음 뿐이기에 결국 이 땅에서는 성취를 보지 못하고 죽어서 해결하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하나님은 왜 고난을 주실까? 그리고 해결을 원하는 나에게 왜 침묵하고 계실까? 어떤 상황이 나에게 고난인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님은 어떤 방식으로 응답해야 마땅한가? 잘 생각해보면 모두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하나님을 해석하고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가? 하나님이 고난을 주셨다기 보다는 그 상황을 내가 고난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고난이 아닌가? 즉 고난이라는 생각만 없다면 그것은 그냥 하나의 상황인 것이다. 단지 처한 상황이라면 그냥 지나가도록 하면 된다. 그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해도 되고, 제 힘으로 안 되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되고, 그래도 안되면 묵묵히 감내하며 이겨내면 된다. 굳이 불필요하게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주어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그것 자체가 하나님의 응답이다. 어떤 상황이 되었을 때 그것을 고난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하나님의 응답이요, 단지 하나의 상황이라고 생각하여 묵묵히 순응하는 것도 하나님의 응답이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하나님의 응답이다. 혹은 누군가가 나서서 도와주는 것도 하나님의 응답이다. 어떤 상황으로 흘러가든지 하나님의 응답이다. 단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도록 요구한다면 결코 그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 명심하자. 하나님은 매순간 응답하시지만 내 욕심이 그 응답을 보지 못하게 가린다.어떤 상황이 다가오더라도 도망하거나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두 팔 벌려 받아들이면 그것이 의외로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된다. 또한 의외로 해결의 실마리도 저절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어떤 상황 아래에서 발버둥치는 사람일수록 더 일이 꼬이고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응답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