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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이여! 어서 오십시오” 성철 스님의 글

사탄이여! 어서 오십시오.
나는 당신을 존경하며 예배합니다.
당신은 본래로 거룩한 부처님입니다.
사탄과 부처란 허망한 거짓 이름일 뿐,
본 모습은 추호도 다름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을 미워하고 싫어하지만,
그것은 당신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부처인 줄 알 때에
착한 생각, 악한 생각, 미운 마음, 고운 마음 모두 사라지고,
거룩한 부처의 모습만 뚜렷이 보게 됩니다.
그리하여 악마와 성인을 다 같이
부처로, 스승으로, 부모로 섬기게 됩니다.
여기에서는 모든 대립과 갈등은 다 없어지고,
이 세계는 본래로 가장 안락하고 행복한 세계임을 알게 됩니다.
일체의 불행과 불안은 본래 없으니,
오로지 우리의 생각에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나아갈 가장 근본적인 길은,
거룩한 부처인 당신의 본 모습을 바로 보는 것입니다.
당신을 부처로 바로 볼 때에,
온 세계는 본래 부처로 충만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더러운 뻘밭 속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가득 피어 있으니,
참으로 장관입니다.
아! 이 얼마나 거룩한 진리입니까?
이 진리를 두고 어디에서 따로 진리를 구하겠습니까?
이 밖에서 진리를 찾으면, 물 속에서 물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을 부처로 바로 볼 때 인생의 모든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됩니다.
선과 악으로 모든 것을 상대할 때, 거기에서 지옥이 불타게 됩니다.
선, 악의 대립이 사라지고, 선, 악이 융화 상통할 때에,
시방세계에 가득히 피어 있는 연꽃을 바라보게 됩니다.
연꽃마다 부처요, 극락 세계 아님이 없으니, 이는
사탄의 거룩한 본 모습을 바로 볼 때입니다.

- 《자기를 바로 봅시다》p.55, 성철

기독교인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성철 스님의 위 글에서 “사탄이여! 어서 오십시오. 나는 당신을 존경하며 예배합니다.”라는 구절을 두고서 그가 사탄을 숭배하는 자이며, 불교 또한 사탄을 예배하는 종교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손가락이 달을 가리킬 때 달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는 사람들이다. 

다음의 글을 보자 "사탄과 부처란 허망한 거짓 이름일 뿐, 본 모습은 추호도 다름이 없습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가 사탄이니 부처니 이름짓고 부르는 것들은 모두 우상이란 것이다. 본 모습, 즉 진정한 참모습은 그런 우상과 상관없이 늘 한결같은 본성이다.

성철 스님의 글은 깨달은 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글이다. 그는 사탄을 숭배하지도 않고 부처를 숭배하지도 않는다. 그런 것들은 모두 우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탄이라고 부르는 것도, 부처라고 부르는 것도 모두 말 뿐이고 생각이 만들어 낸 상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말하고 생각하는 근원인 본 모습은 드러난 것들과 상관없이 하나의 불성이다.

성철 스님의 이런 기묘한 글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문자주의적인 관점에서 해석한다. 어떻게하면 표현된 글에서 비판거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골몰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글이란 은유적이고 함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의 해석이 아닌 그것이 가리키는 진정한 의미를 봐야 한다. 하지만 문자주의자들은 글자의 얕은 표현 그대로를 진정한 의미처럼 해석한다. 그러니 철저히 모순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성철 스님의 글들은 본성을 깨달은 사람의 마음에서 읽어야 이해가 된다.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비유가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듯이, 성철 스님의 글도 깨달아야 그 진정한 의미가 쏙 들어오게 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읽을 경우 표피적인 해석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결국 그 의미도 왜곡되어 이상한 용도로 사용되기 마련이다.

나는 기독교인들이 성철 스님의 은유적 표현들을 우상적 행태로 사용하는 것에 혀가 내둘린다. 내가 이 글을 읽으니 지극히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글이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천사나 사탄이나 모두 선하다. 하나님에게서 나온 것 가운데 악한 것이 있던가? 욥기에서 보면 하나님은 사탄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계신다. 즉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선을 이루기 때문에 선악의 구별 자체가 없다. 하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선악의 구별이 있다. 선은 좋은 것이고 악은 나쁘다. 그러니 인간에게서 사탄은 멀리해야 하는 존재이다.

불교에서 깨달은 자를 기독교적으로 표현하면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과 같다. 그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하나님의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 그 관점에서 보면 사탄이니 부처니 하는 것들은 모두 허상이고 망상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근원은 부처 자신이니 세상의 것으로 오염되지 않는 자이다. 세상 모든 것이 하나님에 의해서 운영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욥기에서 사탄은 욥을 괴롭히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악독한 짓을 하는가? 하지만 그 사탄도 하나님 허락하에 그런 짓을 한 것이다. 그렇다고 하나님은 악한가? 아니다. 하나님은 본래 선 그 자체이시다. 선악의 구별은 인간의 관점이지 하나님의 관점이 아닌 것이다. 사탄이니 부처니 시비하는 것은 인간의 관점이지만, 하나님 관점에서는 모두 선하다.

※

(2019년 9월 2일) 

아래는 《자기를 바로봅시다》라는 책에서 발췌한 것이다. 성철 스님의 말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래 글도 왜곡하려면 얼마든지 왜곡할 수 있는 글이지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위해서 남겨둔다. 

"선과 악은 헛된 분별이어서 악마와 부처가 이름은 달라도 몸은 한 몸입니다. 그러하니 악인을 보면 부처님으로 존경하여야지, 용서를 베푼다면 악인의 참모습은 모르는 사람입니다. 악인은 때묻은 옷을 입은 사람, 부처님은 깨끗한 옷을 입은 사람과 같습니다. 때묻은 옷을 입었다고 사람을 차별 대우하면, 이는 옷만 보고 사람을 보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탄이여 물러가라'고 외치지 말고 '사탄이여, 거룩합니다. 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라고 정성을 다하여 섬기십시오. 그러면 이 세상에서 사탄은 찾아볼 수 없게 되고, 오직 부처와 부처만이 서로서로 손을 잡고 살게 될 것입니다."

- 《자기를 바로봅시다》p.359~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