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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과 성령

크게 깨닫고 작게 깨닫는 차이가 자아의 욕망이 떨어지는 정도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식의 변화만은 분명하게 자각되고 있다. 깨달음이란 인간의 본래 자성을 보는 것이다. 불교적으로는 그 자성을 마음이라 표현하고, 인도의 힌두교에서는 의식이라 표현한다. 기독교적으로는 성령이라고 할 수 있다.

깨달음에서 확인되는 자성이 성령이라고 말하면 기독교인들은 펄펄 뛰며 난리를 칠 것 같다. 왜냐하면 성경에서 말하는 성령과 성격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워낙 문자적으로 성령을 알고 있고, 여러 영적 은사를 성령의 은사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해를 못 하겠지만, 실제로 깨달아 보면 그것은 분명 성령이 맞다. 그것은 내가 증명하고, 기독교적 배경을 갖고 깨달은 여러 사람이 증명한다. 다석 류영모 선생도 크게 깨달았는데 그도 자성을 성령이라고 말한다. 내가 증명한다고 말하면, '네가 뭔데 증명한다고 지껄이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글쎄다. '내가 깨달아 보니 그 본성이 성령이더라'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 성령이 내 경험상에서 그대로 나타나니, 나는 내 안에서 그것을 증명한 샘이다. 글로만 성령을 아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더 하리요. 

실제로 성령 체험을 하고 나니, 기독교인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성령 체험은 진정한 성령 체험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즉 영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을 성령 체험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물론 여러 은사나 영적 활동들은 성령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성령을 직접적으로 체험한 것이 아니라, 성령의 영향력에 의한 그 힘의 체험인 것이다. 예를들면 환상을 보거나, 환청을 듣거나, 방언을 하거나, 병을 낫게 하거나, 예언을 하거나, 어떤 영상을 보거나, 기타 신비한 능력을 가진 것 등 이 모든 것들은 영적 능력이긴 하지만 직접적인 성령 체험은 아닌 것이다. 이런 능력들은 시간이 지나서 영향력이 떨어지면 모두 사라진다. 하지만 진정으로 성령 체험을 한 사람은 성령이 예전 의식을 뚫고 태어났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다. 즉 성령이 거듭났다는 표현은 이러한 것을 말한다.

내 안에서 성령이 나타나면 의식의 명확한 변화가 느껴진다. 이전에는 우리가 흔히 자아라고 말하는 그 존재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처럼 여겨졌지만, 성령이 자리하면 자아는 밑으로 가라앉고 성령이 의식의 주체가 된다. 보고 있지만 내가 본다는 느낌이 아니라 깊고 고요한 의식에서 세상을 보고 있는 게 느껴진다. 듣는 것 느끼는 것 모두 그러하다. 이전에는 생각을 하면 내가 생각한다고 여긴다. 생각은 내 정신이었고 나 자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도 의식 위에서 마치 남의 그것처럼 흘러가는게 그대로 느껴진다. 이 모든 걸 깊은 의식이 다 알고 있다. 즉 나에게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이 성령의 의식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하나님에게서 단 한 순간도 벗어날 수 없고, 하나님은 나의 모든 지각과 생각을 감찰하고 아시게 된다. 내가 하나님을 벗어날 곳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단지 이론이나 관념이 아니라 실생활이며 내 경험이기도 하다. 이런 상태는 깨닫지 못한 사람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삶이다.

나는 깨달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어떤 이들처럼 크게 깨달은 것도 아니다. 이상한 영적 경험이 동반된 것도 없고, 잔잔하게 야외에서 명상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밝아졌다. 물론 삼년 반 동안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내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깨달았는지 알고 싶은 사람은 이전의 내 글(2018년 11월 9일 전후)을 읽어보면 된다. 

내가 <삶의노트>에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은, 혹시나 기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있어서, 그가 깨달음으로 가는 그 길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남기는 것이다. 본래 2000년부터 이곳에 글을 남겼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계속 기록하는 것도 있다. 가능한 나는 스쳐가는 생각과 여러 변화와 깨달은 바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 아직 공부할 것이 많다. 깨달음 이후 몇 달 겪어보니 변화는 정말 천천히 진행되는 것 같다. 하지만 깨달음의 깊이는 점점 깊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마치 외국어 학습하듯이 일정 기간 평이하게 지속되다가 어느 순간 더 깊어지면서, 마치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는 듯한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지금 감지되는 이 자성만이 참 보배이다. 그것은 예수님의 천국 비유처럼 밭에 감추워진 보물과도 같다. 이것을 얻기 위해서는 세상적인 것과 모두 맞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이 보배를 얻는 순간 세상까지 함께 얻게 된다. 세상은 이 보배 안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자성, 성령이 정말 나의 존재이며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