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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버지

가부장의 절대권력이 중시되었던 문화를 배경으로 볼 때, 예수님이 큰 고통 가운데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신 것은 가족 내의 절대 권력을 지닌 '보호자' 하나님께 외친 것이다. 우리 전통 사회에서도 아버지란 무섭고 절대 순종해야 할 대상이면서 동시에 나를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주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물론 '아빠 아버지'라는 용어에 친근감의 느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처럼 강한 친근감의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아버지란 가족을 목숨 바쳐 보호하는 이요, 순종의 대상이다.
아람어 '아빠'는 가족 관계를 지칭하는 말로 예수님의 기도 생활에 독특하게 나타나는 용어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성령을 받은 우리가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두 번이나 기록했다(롬 8:15; 갈 4:6). 이는 예수님과 하나님과의 독특한 가족 관계를 자녀된 성도들도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특히 로마서는 열정적인 예배의 분위기 중에 우리가 무서워하는 종의 영이 아니라 양자의 영을 받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짖는다'(크라조)고 한다(롬 8:15). 즉 성도들은 하나님을 특별한 아버지, 예수님이 체험한 절대적 보호자와 같은 아버지로 여겨야 한다. 오늘날 우리도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로 부르며 예수님이 느끼신, 그리고 초대교회의 성도들이 체험한 하나님과의 관계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단 '아빠 아버지'가 예수님이 본을 보이신, 순종해야 할 하나님 아버지의 절대 권위와 그의 보호하심에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 《신앙, 그 오해와 진실》p.78, 이민규 지음.

이상하다. 《신앙, 그 오해와 진실》을 읽으면서 오해가 풀리고 진실이 드러나야 할텐데, 읽는 족족 오해만 더 생기는 것 같다. 학문적으로 성경을 이해하는 것과 깨달음으로 이해하는 게 이렇게도 차이가 나는지 놀라울 뿐이다.

저자는 예수님이 기도할 때 종종 사용했던 단어 '아빠 아버지'를 권위주의적인 하나님, 절대 권위를 가진 하나님의 이미지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그가 놓친 것이 있다. 사도 바울의 말을 인용하면서도 그걸 놓친 것이다.

저자는 사도 바울은 성령을 받은 우리가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사도 바울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 진정한 의미는 알지 못하고 있다.

성령으로 거듭나면 이전까지 중심되어 살던 자아는 죽는다. 자아의 죽음과 함께 성령이 나타난다. 성령이 나타나는 것을 '거듭난다', 즉 다시 태어난다고 표현하고 있다. 내 안에서 성령이 태어나게 하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러니 당연히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밖에.

성령으로 거듭난다는 참 의미를 저자를 포함해서 기독교인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물론 나도 예전에 잘 몰랐다. 알았어도 지금과 같은 의미는 아니었다. 기독교에서는 개인의 영혼을 인정하고 있다. 그 영혼은 구원받아야 할 영혼이며, 사후에 천국에 가야 할 영혼인 것이다. 하지만 깨달음의 관점에서보면 개인의 영혼이란 없다. 예수님도 늘 자신이 하나님과 하나라고 말했다. 우리 또한 예수님 자신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 하나라고 말했다. 개체적인 영혼이 있다면 절대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영원한 것은 하나님 뿐이다. 개체적 영혼이 영원하다면 그것은 하나님이지 영혼일 수가 없다.  

마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짓 자아가 있고, 자아에 의해서 가리워져 있는 참된 <나>, 즉 성령이 있다. 옛사람이라고 일컬어지는 자아를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본질을 잘 파악해보면 자아는 실체가 없는 존재이다. 그것이 마치 진짜 자기인 양 주인 행세를 하고 사는 것이 죄를 품고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하지만 성령으로 거듭나면 자아는 죽는다. 본래 실체가 없었으니 존재감을 잃어버린다. 그 자리에 그 동안 가려져 있던 진짜 <나> 자신인 성령이 나타난다. 태어나서 한번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성령이 나타났으니 그것을 '거듭났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즉 성령인 존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진정한 내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니 탄생하도록 한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성령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은유적 표현이다. 사실 성령은 늘 있어 왔다. 없다가 어느 날 하나님으로부터 내려온 것이 아니다. 영원한 존재가 어떻게 없다가 생길 수 있겠는가? 죄악에 물든 자아가 성령을 가리고 자신이 주인되어 살아가기 때문에 성령은 가리워져서 우리 의식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자아가 죽으면 성령은 근원에서 올라온다. 즉 성령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을 예수님은 거듭난다고 말한 것이다. 마치 하나님에 의해서 탄생한 것처럼 느껴져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성령을 체득하면 그런 느낌이 든다. 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어떤 의식이 눈앞에서 느껴진다. 나도 그런 체험을 하고 있다. 영원하고 한결같은 의식이 늘 느껴진다. 이전에 경험하던 세상적 의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것은 없다가 생긴 것도 아니고 늘 있어왔다. 하지만 자아가 중심인 사람은 절대 알지 못한다. 당연히 성령을 깨닫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나도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가 깨어난 후에 비로소 알았다. 자아의 죽음과 함께 비로소 그것은 실체를 드러낸다. 마치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

다석 류영모 선생도 늘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는 임종 때에도 '아버지'를 부르다가 죽었다. 성령을 깨달은 사람은 두말 할 것도 없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내 안에 새로운 영이 태어났는데 그 영은 하나님으로부터 왔기 때문이다. 즉 하나님이 나(성령)를 낳았으니 아버지라 부르는 것이다. 이것은 체험적으로 저절로 그렇게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