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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그 오해와 진실 - 진리란 무엇인가?

늦은 밤 새물결플러스에서 출판하고 이민규 박사가 쓴《신앙, 그 오해와 진실》를 펼쳤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어떤 말을 할까 기대감을 갖고 읽고 있다.

첫부분부터 많은 사람들의 추천사가 칭찬 일색이다. 그 만큼 내용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아니면 출판사 대표인 김요한 목사가 다양한 분들께 추천사를 부탁했을 수도 있다. 하여튼 실력있는 분이 책을 썼으니 좋은 책이라는 느낌은 든다.

이민규 박사는 영국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그곳에서 안수를 받은 목사이기도 하다. 내가 그를 알지는 못한다. 나도 이 책을 펼치면서 그의 약력을 읽게 되었고, 나름대로 검증받은 분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런 분이 쓴 책이라 기대감도 있다. 나와는 어떻게 다를까, 더 정확하게는 기존의 기독교 교리와 나는 어떻게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가능한 개인적 생각은 배제하고 많은 기독교 학자들의 논문을 참고해서 객관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그러니 이 책은 기독교의 기본 교리를 포함하면서 당대의 기독교 학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 막 1장 '진리란 무엇인가?'를 읽고 이 글을 쓴다. 벌써부터 공감되는 부분과 부딛히는 부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진리 설명은 그의 설명에서 좀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  

"신약성경에서 대부분 '진리'라고 번역된 '알레테이아'는 사실, 구약과 유대교에서 사용하는 '에멧'의 의미를 그대로 반영한다. …… 다시 말해 에멧은 철학적·논리적 '옳음'보다는 사람이나 말의 '참됨', '진실함', 혹은 '변하지 않는 한결같음'을 의미한다. …… 그래서 '하나님은 진리시다. 하나님의 말씀은 진리다'라는 성경의 가르침은 그리스 철학의 이론적·명제적 정확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하나님은 한결같이 진실하시고 성실하시다, 그분의 말씀은 정말 믿을 만하다'라는 뜻이다. 히브리인에게 하나님의 '에멧'은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거듭된 경험을 통해 검증된,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변치 않는 참됨, 진실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의미는 헬라어로 기독된 신약성경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실례로, 요한복음 1:14, 17에서 '충만한 진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온 진리'는 예수님이 드러내신 것이 바로 하나님의 진실하심과 성실하심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한 요한복음에서 성령을 '진리의 영'이라고 부를 때(14:16-17; 15:26), 이는 참된 영 즉 신실하고 믿을 만하며 변함없이 한결같은 영이라는 히브리적 의미가 강하다."

- 《신앙, 그 오해와 진실》p.20~21, 이민규

히브리인들에게서 진리 개념은 '참됨, '진실함', '변하지 않는 한결같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진리에 대한 이러한 해석은 나도 공감하고 맞다고 본다. 하지만 진리 개념이 요한복음에서 사용되었을 때 단지 하나님의 진실하심과 성실하심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단순히 하나님의 성품을 보여주는 정도의 설명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설명으로는 핵심에 이르지 못한다. 

요한복음에서 나타난 진리, 즉 '충만한 진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온 진리', '진리의 영' 등은 모두 성령을 말한다. 이 세계는 성령 하나님으로 가득하다. 그러니 '충만한 진리'라고 할 수 있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성령을 말하기 때문에 그로 말미암아 온 진리라고 하는 것이고, '진리의 영'은 성령 자체가 진리이기 때문에 동격으로 쓴 표현이다.

저자가 진리를 단순히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성실하심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학문적 연구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학자들의 논문을 읽었을 것이고, 그 스스로도 많은 연구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는 진리를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원리로 이해하지 말고, 히브리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한결같이 진실하신 하나님의 성품으로 이해하자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살아있는 경험에서 도출된 주장이 아니라 그의 학문적 연구의 성과로 나온 주장으로만 느껴진다. 살아있는 경험이란 바로 성령을 체득해서 진리를 아는 것이다.

사실 내가 깨어나지 못했다면 그의 학문적 주장을 따랐을지도 모른다. 성경을 많이 연구한 신학자이니 나보다는 더 많이 알게 아니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는 진리를 체득했고 항상 진리가 눈에 선하게 느껴진다. 내가 의식이 깨어있는 한 진리는 달아나지 않는다. 이 진리는 예수님이 체득한 진리와 다르지 않다. 그 진리는 바로 성령이다. 히브리인들이 진리를 저자의 말처럼 그렇게 느꼈을 수는 있다. 삶 속에서 그렇게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느끼며 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수님이 요한복음에서 말씀하시는 진리는 히브리인들의 진리 개념과는 좀 다르다. 요한복음에서 진리는 성령 그 자체를 강력하게 말하고 있다. 이것은 성령으로 거듭났을 때 스스로의 삶 속에서 분명하게 체득이 된다.

또 그는 요한복음 8장 32절의 해석을 이렇게 하고 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

"이 구절은 결코 어떤 개념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구절은 오히려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의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대해 말씀한다. 탄식하던 히브리 백성을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구원하여 자유를 선사한 것은 어떤 개념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언약을 기억하신 하나님의 신실함이었다. 다시 말해 이 말씀은 구원의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사람들을 자유롭게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결코 철학적 지식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 《신앙, 그 오해와 진실》p.22, 이민규 지음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의미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사람들을 자유롭게 한다'고 말하는 것에서 학문적 한계를 보게 된다. 그는 이것을 출애굽 사건과 관련시킨다. 즉 역사적인 사건과 결부한 학문적 연구에 의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이러니 진리가 체득되지 못하고 겉으로 돌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사람들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은 삶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신앙을 가지면서도 여전히 옛사람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식의 가르침이 주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진리는 성령 자체를 말한다. 성령을 안다는 것은 성령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말하는데, 더 정확하게는 성령을 체득했다는 것을 말한다. 개념을 넘어서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맞다. 하지만 저자의 해석도 여전히 개념적이다. 성령을 체득하면 그때까지 삶을 장악했던 자아와 그를 둘러싼 세계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자아가 주도했던 삶이 구속적인 삶이었다면 성령이 주도하는 삶은 진정한 자유를 준다. 이것은 성령을 체득한 사람만이 실제로 누릴 수 있는 삶이다. 성령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진리가 자유롭게 한다는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진리란 무엇인가? 저자의 말처럼 '변하지 않는 한결같음'이다. 이 정의는 나도 백번 공감한다. 변하지 않고 한결같은 것은 하나님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성령을 통해서 하나님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서 진리는 성령이다. 성령은 우리가 체득하는 순간 의식할 수 있는 존재이다. 성령을 체득한 사람은 이때까지 살았던 자아의 굴레에서 해방되고 이 세계의 질서로부터 자유함을 얻는다. 세계 속에 살지만 세계에 속하지 않는 존재가 된다. 이것은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주장이 아니라 실제로 마음의 자유를 누린다. 더 이상 영적인 목마름도 없고 하나님 나라를 실감하며 살게 된다. 단순히 하나님의 신실함을 아는 정도가 아니다. 언어로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의 절대 세계를 우리 삶 속에서 보게 된다. 이것이 학문적으로 진리를 아는 사람과 성령을 체득한 사람의 차이이다. 기독교인들 중에서 성령을 체득한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모두 믿음으로 성령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한 것처럼 성령은 믿음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반드시 자아의 죽음을 통해서 나타난다. 하지만 오늘날 기독교인들을 보면 자아가 죽는 것은 차치하고 오히려 자아가 근육질의 몸을 갖고 있다. 심지어 죽어서도 자아를 살려서 데려가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성령도 알지 못하고, 살아서 하나님 나라도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