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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무에 성령이 있습니까?

며칠 전 친한 친구를 만나 점심을 함께 먹었다. 식사 후 유성천 벤치에 앉아서 잠깐 대화를 나누며 내가 깨달은 성령에 대해서 잠깐 얘기를 했다. 내 말을 듣던 친구는 대뜸 우리 앞에 자라고 있는 나무를 가리키며 나에게 물었다.  

"무용씨, 저 나무에 성령이 있습니까?"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당연히 저 나무에도 성령이 있지요. 성령은 이 공간 전체에 가득합니다."

하지만 친구는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의 눈에는 아직 나무밖에 보이지 않는데 성령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하나의 나무가 있다. 그 나무는 저 혼자서 존재할 수가 없다. 나무 자체로는 실체가 없이 끊임없는 변화 가운데 나타난다. 나무가 나무로써 나타나기 위해서는 나무를 나무이게끔 하는 존재가 함께 있어야 한다. 보통의 사람들 눈에는 나무를 볼 때 나무만 보인다. 그 바탕이 되는 존재의 실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깨달은 사람은 나무 뿐만 아니라 그 가려진 존재까지 함께 의식한다.

사실 나무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무는 순간순간 변화 속에서 나타난다. 나무는 변화와 변화 사이에만 나타나는 안개같은 것이다. 순간순간 허무속에서 허우적대는 나무는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 변화를 만드는 근원적 존재는 변함이 없다. 진짜 봐야하는 것은 나무가 아니라 그 배경의 존재 뿐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나무를 볼 때 나무만 보지만 깨달은 사람은 나무를 보면서 그 존재를 본다. 그 존재 위에서 나무는 흘러가는 물결처럼 느껴진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느냐? 나를 보는 것이 하나님을 보는 것이다'라고. 사람들 눈에는 인간 예수만 보일 뿐이지 그 안에 진짜 존재하는 성령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예수 뿐만 아니라 나무나 돌에서도 하나님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사람은 절대로 그 배경의 것을 보지 못한다. 그것을 보게 하려고 예수님은 성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씀 하셨다. 성령을 보려면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것이 바로 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