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표를 받아 들고 기차역을 떠나며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이 모든 게 정말로 현명한 것인지, 아니면 전혀 그렇지 않은지 스스로에게 재차 물었을 때 거대한 정보 통신 관련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이 정말로 누구인지 당신은 아십니까?" 즉각적이고 솔직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아니요, 전혀 아닙니다!"
- 《산티아고 길에서 나를 만나다》p.16, 하페 케트켈링 지음
또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 책을 들었다. 벌써 네 번째 책이다. 이번에는 독일 방송인 하페 케트켈링이다. 그는 2001년 6월 9일부터 7월 20일까지 42일 동안 600킬로미터의 여행을 했다. 그 당시 내가 유럽을 걷고 있을 때 하페는 산티아고를 걸었다. 이 책은 2006년에 출간되어 독일에서 산티아고 순례길 붐을 일으킨 모양이다. 구글 검색을 하는 중 이 책이 영화로도 나온 걸 알았다. 제목은〈나의 산티아고〉이다. 이 영화는 작년에 봤는데 세세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번에 다시 찾아서 봐야겠다.
〈나의 산티아고〉예고편
책 제목이 《산티아고 길에서 나를 만나다》이다. 하페는 자기 자신의 어떤 인격과 만날까? 보통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만나고자 할 때, 그때의 자기 자신은 하나의 인격체이다. 하페처럼 또 다른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여러 인격체 중에서 하나의 인격체를 발견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인격체는 여러 개이다. 평상시 익숙하게 드러나는 인격체도 있고, 어쩌다가 특별한 경우에만 나타나는 인격체도 있다. 더불어 아직 나타나지 않고 가능체로 숨겨져 있는 인격체도 있다. 그런 인격체는 이런 순례길을 걸으면서 만날 수도 있다. 하페가 만날 인격체는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다.
사실 참된 <나>는 이런 식으로 찾아질 수는 없다. 역설이 있는데, 찾는 동안에는 <나>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찾는 자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자기 아닌 밖에서 자기를 찾는데 찾을 수가 있겠는가?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