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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전파하는 선교에서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는 선교로

현대의 선교관은 이른바 '하느님의 선교'(missio dei)입니다. 그것은 예수님 자신의 선교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는 자기를 전파한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전파하신 분입니다. 그러니 '예수를 전파하는' 선교에서 '예수가 하셨던' 선교로 돌아가자는 것이 현대의 선교관입니다. 하느님은 선교사 등에 업혀 다니는 분이 아닙니다. 선교사가 들어가기 전에 이미 사람들의 삶 속에 계시고,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자신을 계시하여 알게 하신 분입니다. 하느님이 안 계신 곳은 한 군데도 없고, 종교가 없는 곳도 한 군데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선교는 교회 중심의 선교에서 하느님 중심의 선교를,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들이는 선교에서 하느님나라를 현장화하고 사건화하는 선교를 지향합니다. 이런 선교관에서는 이웃 종교인과도 충분히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물음이 생깁니다. '구원'이란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입니다. 대체 구원이 무엇이기에 지옥 간다, 멸망한다고 잔혹하게 말하는 것입니까? 저는 구원은 '하나됨'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치입니다. 개인이 이기적·자기중심적인 삶을 떠나 하느님과 하나되고 다른 사람들과 하나되어, 소외·단절·외로움을 극복하고 더 큰 자아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이웃에 모두 열린 넉넉한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이 하나됨이 구원이지요. 하나됨에는 감사와 기쁨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하나됨의 인격적 표현이 사랑입니다. 사랑 속에 하나되고, 하나됨으로써 사랑하게 되는 거지요 이것이 참으로 인간다운 삶입니다. 구원은 본래 인간의 인간다운 삶입니다. 구원이라는 영어 단어 'salvation'은 라틴어 'salus'에서 왔습니다. 살루스는 '건강'이라는 뜻입니다. 하느님이나 인간과의 잘못된 관계에서 잃은 건강을 되찾는 것입니다. 구원은 자기 존재의 근원인 하느님과 통교하며 이웃·자연과 하나되는 인간다운 삶이며, 거기에 영생이 있다는 것입니다. 

- 《보살예수 -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창조적 만남》p.28~29, 길희성 지음

길희성 교수의 글이다. 이 책은 알라딘에서 중고서적으로 구입했다. 제목이 파격적이라 개신교에서 보면 반감이 있을 것이란 느낌이 든다. 나도 처음 이 책 제목만을 접했을 때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불교를 이미 공부했던 터라 저자의 의도가 금방 이해 되었다.

이 책은 2004년에 나온 초판이다. 표지를 넘기니 저자가 어떤 이에게 선물로 준 책이었다. 저자의 글이 기록되어 있다.

000 형제께.
곁에 늘 함께
있겠습니다.

2004. 성탄절에
저자 드림.

가끔 헌책을 사다보면 저자의 글과 사인이 있는 책을 볼 때가 있다. 나한테 쓴 것은 아니지만 친근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책을 선물받은 분은 왜 이 책을 알라딘에 내놓았을까? 팔아도 돈 몇 푼 안 될 텐데. 길희성 교수는 '곁에 늘 함께 있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책을 받은 당사자는 책을 버렸다. 굳이 원수 사이가 아니라면 어떤 책이든 저자에게 선물받은 책은 가능한 죽을 때까지 지니고 있는게 보낸 사람의 예의가 아닌가 싶다.  

길희성 교수는 '예수를 전파하는 선교에서 예수가 하셨던 선교로 돌아가자는 것이 현대의 선교관'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내가 생각하는 복음과 같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에 이른다고 말하며 예수를 전파하고 있지만, 정작 예수는 자기 자신을 믿어야 구원받는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 나라를 복음의 핵심으로 전파하셨다. 예수님 사후 복음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모른다.

더불어 저자는 구원은 하나됨이라고 말한다.

저는 구원은 '하나됨'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치입니다. 개인이 이기적·자기중심적인 삶을 떠나 하느님과 하나되고 다른 사람들과 하나되어, 소외·단절·외로움을 극복하고 더 큰 자아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구원이 하나됨이라는 것은 맞다. 하나님과 하나되고 사람들과 하나되는 것, 그것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진정한 결정체이다. 하나됨은 저자가 말한 것 이상의 깊은 의미가 있다. 우리의 본성을 회복하는 것이고 하나님과의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 것이다. 삶의 궁극적인 변화가 형성되는 것이 하나됨이다. 단순히 믿음이나 생각으로 하나됨을 만들 수는 없다. 이런 변화는 실제로 하나님과의 하나됨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야 알 수 있다. 그 방법은 한 가지이다. 예수님이 알려주신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 즉 성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