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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안에서의 부부

부부 사이에 서로가 껍데기 몸만 맡기고 서로가 좋다고들 하지만 사람의 속알이 문제다. 도무지 껍데기 몸만 맡기면 낭패다. 부부가 함께 하여 20년, 30년, 40년 지내도 자꾸 얼 생각이 새로 나와서 서로서로 보이면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삶이 될 것이다. 깊은 얼 생각을 샘물처럼 주고받는 부부생활은 한없고 끝없는 그 무엇을 서로가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영원한 생명인 얼나에서 한 생명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생각을 가지면 늘 새로운 아내 늘 새로운 남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다석어록》, 류영모
- 《다석 류영모가 본 예수와 기독교》p.77~78, 박영호 지음

위 글에서 얼은 하나님을 말한다. 얼나는 성령이다.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등 모든 것에서 새로움을 느낀다. 나는 결혼을 해 본 적 없고, 여자와 살림을 해 본 적도 없어서 실제로 부부 관계가 어떠한지 결혼한 사람 만큼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성령을 알고부터 세상 모든 것이 신선하고 새롭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표현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미워하는 마음도 굳이 생기지 않는다. 상대에게서 못마땅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을 나한테 맞추려는 마음이 안 든다. 그냥 묵묵히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 그런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만약 부부가 둘 다 그런 마음이라면 이것보다 더 좋은 관계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항상 종교의 교리가 문제이다. 이 길을 가는 사람은 특별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물론 진리를 체득한 후를 말한다. 그 전에는 불완전해서 관계에 서로가 문제될 수 있다. 진리를 체득한 후에는 사람이 많이 안정된다. 하지만 상대편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길은 보편적인 진리를 따르기 때문에 기존의 종교관, 특히 기독교와 같은 유일신관과 충돌한다. 그렇게되면 갈등이 생기고 무딪힘이 생긴다. 그것도 상대에게서 생긴다. 그에게는 함께 사는 사람이 자신과 다른 교리를 가졌다는 사실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분쟁이 발생하고 극단적으로 이혼까지 하게 된다. 만약 연인이라면 헤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길을 가는 사람들은 가능한 결혼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바울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나는 결혼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