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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몸과 마음 관찰하기

보통은 좋은 느낌이나 생각이 들면 그것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같이 흘러간다. 반대로 기분 나쁜 느낌이나 생각이 들면 그것에서 벗어나서 다른 생각에 다시 빠져든다. 때로는 안 좋은 생각에도 빠져서 깊은 분노를 느낄 때가 있다. 이런 현상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현상이다.

나는 깨어난 후에도 생각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 깨어남의 힘이 약해서 어느 순간 자신이 생각에 빠져서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아차린다. 물론 알아차리면 생각에서 벗어나지만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생각에 빠져든다. 그런 패턴이 점점 반복되면서 점차로 생각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것이다. 옛날에는 생각에 빠진 시간이 길었다면 나중에는 깨어있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이 과정이 정말 오래 걸린다.

요즘 나는 의식이 몸으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몸에서 빠져나와야 진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몸으로부터 의식이 빠져나온다는 의미는 생각과 감정과 느낌이 나의 것이 아님을 의식적으로 아는 것을 말한다. 말처럼 쉽지 않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너무 의도적으로 하면 그게 오히려 역효과 난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깨어서 자기 마음과 생각을 관찰하는 것이다. 좋은 느낌이나 생각 뿐만 아니라 기분 나쁜 느낌이나 생각까지도 가만히 주시하며 관찰해야 한다. 몸의 반응이나 행위도 모두 관찰해야 한다.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나중에는 몸과 생각이 내가 아니란 걸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 생각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되어야 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자기 몸과 마음을 마치 길가에서 자라는 나무나 돌처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나무나 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내가 동요하는 일은 없다. 왜냐하면 그것들에게 무슨 큰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몸과 마음에도 그런 정도의 관계가 성립되어야 몸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게 완벽하면 할수록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다석 류영모 선생처럼 구경각에 이를 정도로 깨달은 사람은 그 정도로 자기 몸과 마음을 타자화한다. 여기서 타자화한다는 의미는 그것들을 진짜 자기 자신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몸과 마음으로부터 자유하지 못한다. 저절로 그렇게 되어야 진정으로 자유를 얻게 된다.

사실 전에는 기분 나쁜 생각이 떠오르면 말 그대로 기분이 더러워서 피했다. 깨어난 후에도 오랫동안 그런 상태에서 잘 못 벗어났다. 그 만큼 그게 힘들다는 것이다. 몸이 아플 때에도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몸이 아프면 온 몸이 아픈 부위에 집중된다. 그것을 지켜본다거나 관찰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걱정부터 먼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이 깊은 사람은 깨달음 공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내가 공부가 깊지 못했던 것도 남보다 몸이 부실하고 여러 근심 걱정이 많아서였는지도 모른다. 그것들을 바로 지켜볼 용기가 없어서 자주 피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조금씩 노력했다. 요즘은 그런 일이 발생하면 그것에 몰입하거나 빠져들기 보다는 관찰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깨어나고 5년이 지나면서 겨우 대면할 힘이 생긴 것이다. 여기서부터 출발하면 된다. 언젠가는 눈앞에 죽음이 와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면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처음 깨달음 공부 할 때를 생각하면 여기까지 온 것도 정말 하나님의 은혜이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얼마나 막막했는지 모른다. 공부 초기에 건강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고 내 정신은 오랜 신경과 질환으로 거의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매일 한발한발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희망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나한테 희망이란 이 공부밖에 없었다. 기독교 신앙이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걸 알아버려서 거의 절망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깨달음이 진짜 예수님의 복음이라는 걸 발견하고 그것이 진정한 구원과 자유로 가는 길임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믿었다. 지금은 그 약발을 조금씩 받으며 지내고 있다. 정말 나는 끝까지 이 길을 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