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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초월하는

탕자인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께로 돌아가야 한다. 맨 처음 나온 데로 복원하는 것이다. 마침내는 집을 버리고 몸조차 버리고 나가야 한다. 지나가는 한 순간밖에 안 되는 이 세상을 버리고 간다면 섭섭하다고 하는데 그러한 바보들이 어디 있는가. 사람이 이 세상을 평생 지나가는데 마침내 참나를 찾아 서로 사랑하는 것으로 끝맺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사랑으로 살면서 사랑의 본원에 들면 결코 해로운 것이 될 수 없다.  

- 『다석어록』

다석 류영모 선생은 하나님의 영과 예수의 영과 나의 영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선생은 그 영이 바로 참나임을 여러 곳에서 말하고 있다. 탕자인 우리가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길은 참나를 발견하고 회복하는 것이다. 그것이 맨 처음 나온 데로 복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몸까지 버리고 완전하게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순간이 온다. 그것을 사람들은 죽음이라고 생각하지만, 깨달은 사람은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선생의 글을 읽다보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몸을 아주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 것도 같다. 사실 나이가 들면 몸은 아주 짐이 된다. 아픈 데도 많고 여러 곳에 고장이 나서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한다. 그러니 빨리 탈피해서 자유를 느끼고 싶은 마음도 생길 것 같다. 그렇지만 사람은 기본적으로 죽기를 싫어한다. 나이를 먹어도 오래오래 죽지 않고 살고 싶어한다. 반면에 선생은 그런 기색이 조금도 없다. 어쩌면 그렇게도 두려움이 없을까?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러야 그런 태도가 나올까? 선생을 아는 사람들은 다석 선생이 구경각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 정도의 깨달음의 경지라면 최고의 경지가 아닐까 싶다. 깨달음 공부를 하다가 나는 선생처럼 죽음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몇 사람 본 적이 있다. 나도 죽을 때 선생처럼 초연하게 몸을 벗어던질 수 있을까? 정말 그렇게 죽었으면 좋겠다. 나는 결혼도 안 했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혼자서 살 것이다. 내가 죽을 때에는 곁에 아무도 없을 확률이 높다. 그런 때에도 나는 마치 잠을 자듯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