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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모 선생이 교회 가지 않는 이유는

내가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된 것은 내가 예수를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라 집에서 혼자 성경을 보고 싶어서다. 일본의 우치무라 간죠는 사도신경에 입각한 정통신앙이지만 톨스토이나 나는 비정통이다. 예수가 사람을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피흘린 것을 믿으면 영생한다는 것은 나와 상관이 없다. 소위 교회 본위의 교회주의 기독교 교인은 이 사람을 대단히 싫어하는 줄로 안다. 이 사람이 생겨 먹은 것이 제가 생긴 대로 하는 것이지 억지로 만들어 지어갖고는 말할 수 없지 않은가?

- 류영모 선생

류영모 선생은 52세에 성령으로 깨어난 분이시다. 그가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것은 예수님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교회의 가르침이 예수님의 가르침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기존의 기독교인들은 이 말이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교회의 가르침이 어째서 예수님의 가르침과 다르다는 것일까? 간단히 말하면 교회의 가르침은 사도 바울의 가르침이지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니다. 사도신경을 보면 그 핵심적 교리를 알 수 있다. 두 사람의 교리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교계에서도 일반화되어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복음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예수님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바울의 교리를 기반으로 해석한다. 그러니 예수님의 복음은 바울의 복음 안에 사라지고 만다.

예수님의 복음은 성령으로 거듭나야 이해할 수 있는 말씀들이다.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은 예수님의 천국 비유나 일반적인 말씀들이 그냥 직관적으로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예수님과 같은 성령으로 깨어났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리는 것이다.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은 예수님의 의도를 찾기 위해서 다른 성경 구절을 찾고 어원을 연구하며 문자적으로 해석의 실마리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해서 예수님 말씀의 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오직 성령으로 거듭나기 전에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류영모 선생처럼 참되게 깨어난 사람은 이 세상에 얼마되지 않는다. 톨스토이도 그들 가운데 하나이다. 톨스토이도 50대에 깨어나 자기 재산을 하인과 이웃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고 청빈하게 살았다. 간디도 그런 류의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기존의 종교에서 포용하지 못한다. 혁명적인 생각을 가진 그들을 어떻게 담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핍박을 받지 않으면 다행인게다.

기독교에 이단 시비가 많다. 이단은 예수님 시대부터 줄곧 있어 왔다. 바울의 교리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류영모 선생은 이단으로 취급 받는다. 정작 정통이라고 자처하는 자들은 온갖 부와 명예와 권력을 손에 쥐고서 교인들을 거느리며 작은 교황처럼 살고 있다. 천주교에는 거대 권력인 교황이 하나 뿐이지만, 기독교에는 교회마다 자기들 수준의 교황을 하나씩 모셔두고 있는 꼴이다. 물론 청빈한 목사들도 많다. 하지만 한국의 대형 교회들은 정말 눈물겹게 타락의 구렁텅이 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정작 그들 스스로와 그들을 따르는 교인들만 모르는 것 같다.

나 또한 기존 교회의 가르침을 버렸다. 류영모 선생처럼 나도 이제 교회에 가기가 힘들어졌다. 예수님이 싫어서가 아니라, 교회의 가르침이 예수님의 가르침과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는 교인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쓰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나대로 신앙생활을 하고, 극소수이지만 나와 뜻이 같은 사람을 만나면 함께 가면 되는 것이다.

"류영모 선생은 예수를 비롯하여 석가·노자·공자를 좋아하여 그들의 가르침이 쓰여 있는 경전을 읽었으나 이 종교, 저 종교로 개종한 일은 없다. 그렇다고 무교회주의자들처럼 가정에서 예배를 보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혼자 기도와 명상을 할 뿐이었다." - 《다석사상으로 본 예수와 기독교》p.141, 박영호 지음.

내가 류영모 선생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삶이 내가 살아가고 있는 방향과 너무 닮아서이다. 나도 동양의 여러 현자들의 경전 속에서 하나님의 흔적 찾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종교를 개종한 것도 아니다. 무교회주의자도 아니다. 그냥 이대로 진리를 추구하며 살고자 한다. 굳이 종교라고 한다면 예수교라고 할 것 같다. 기독교는 바울로부터 태어난 종교이지만, 예수교는 예수님으로부터 태어난 종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