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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道)가 보이고 생각도 보이고

도(道)가 보이고 생각도 보인다. 도(道)가 보이지 않을 때에는 암울하고 답답했는데 도(道)가 보이자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여전히 생각은 도(道)를 가렸다. 처음에 보이는 도(道)는 분명하지가 않다. 소 엉덩이만 보고 얼굴과 몸통은 보지 못한 것처럼 여겨진다. 시간이 지나고 좀 더 익숙해지면 이제 몸통도 얼굴도 보인다. 하지만 생각은 여전히 본성을 가린다. 처음에는 큰 생각이 가리다가 그것이 떨어져나가면 미세한 생각이 가린다. 

큰 생각이 떨어져나가면 도(道)는 더 확연해지기 때문에 더 안달이 난다. 미세한 생각 마저 떨어져나가면 그때에는 도(道)는 어떤 것에도 방해를 받지 않는다. 그 후에 일어나는 생각은 도(道)에 장애가 되지 못한다. 확연하게 구분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일어나는 생각은 도(道)를 감싸고 있어서 도(道)를 보는 데 장애가 된다.

요즘 나는 도(道)가 우위를 차지할 때도 있고, 잔 생각이 우위를 차지할 때도 있다. 습지길과 도솔산을 걸을 때에는 도(道)가 더 힘이 강하다. 집에서는 이런저런 일도 하며 일상을 살기 때문에 생각이 더 힘이 세다. 생각에 빠졌다고 느껴지면 바로 본성으로 마음을 향하지만 어쨌거나 생각은 쉽게 죽지 않는다.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강제로 죽이려고 하면 안 된다. 그것은 생각을 억압하는 것이고 결국에는 생각이 더 강화된다. 그냥 지켜보고 알아차림 하면 된다. 그러면 생각은 저절로 사라진다. 공부는 모든 것이 스스로 그러해야 한다. 그것이 도(道)의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