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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로서의 하나님

드러나게 하는 자와 알아차리게 하는 자는 동일하다. 드러남과 알아차림은 서로 맞물려서 일어난다. 손바닥은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주체와 대상이 함께 만나야 현상이 일어나고 그때 본성도 알 수 있다. 본성은 신성이다. 하나님이든, 성령이든, 불성이든, 부처이든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존재의 체험이지 이름의 체험이 아니다. 유독 이름에 사로잡혀서 종노릇하는 사람들 보면 참 답답하다. 이름을 붙잡으면 우상이 된다는 걸 알지 못한다.

하나님은 "하나님"이 아니다. 하나님을 어떤 대상으로 지시할 수 있다면 그 지시 대상은 하나님이 아니다. 하나님을 상상해도 그 상상물은 하나님이 아니다. 어떤 것으로도 하나님을 대신 할 수 없다. 왜 그런가? 하나님은 전체이며 하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 아닌 다른 것을 가리키면 그것은 내가 아니다. 세상은 이미 하나님을 떠나 있지 않다. 그런데 자기를 떠나서 어디에서 하나님을 찾을 수 있는가? 세상 밖에 하나님이 없고, 세상의 조각들로 하나님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나님은 조각이 아니라 전체이다. 조각이란 것은 개별적인 사물을 말한다. 특정한 사물을 하나님이라고 하면 그것은 전체가 아니기 때문에 하나님이 아닌 것이다. 우상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하나님을 보려면 전체로써의 세상을 봐야 한다. 세상을 쪼개면 하나님도 쪼개어진다. 그렇다고 실제로 쪼개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상처받은 신성은 더 이상 신성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특정한 사물에 집착해 있는 사람은 하나님을 의식할 수 없게 된다. 신성은 우리가 사물을 조작하지 않았을 때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작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사물에 이름을 달고, 형태를 만들고, 성격을 규정하고, 표현을 하는 것이다. 전체에서 특정 부분을 떼어내어 독립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신성도 함께 깨어진다. 전체를 보되 개체적으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해석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세상을 인식할 때 하나님은 자신을 온전하게 드러낸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조금 오래 그 상태로 있다보면 무척 지겨워서 다시 세상을 조각내고 싶어진다. 보통 사람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그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계속 그렇게 하다보면 시간을 조금씩 늘릴 수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하다보면 어느 날 신성이 자각된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는 것도 느껴지고, 이 세상 속에 하나님이 임재하고 있다는 것도 생생하게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