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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 습지길과 도솔산을 찾았다

도솔산 오르는 길. 여기는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있는 구간인데 맨발걷기에 최적화된 장소이다.

어제 아침에 봄이 오면 갑천 습지길과 도솔산을 방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맨발걷기를 하로 나가면서 유성 온천 황톳길로 향하지 않고 바로 갑천으로 향했다. 생각난 김에 그곳을 찾아봐야겠다고 마음이 움직였다. 맨발걷기를 하면 산소 공급이 잘 되어서 산을 더 잘 탄다는 말도 있어서 그것도 한번 실험해 보고 싶었다. 40분 걸어서 습지길 입구에 도착했다. 조금 걷다보니 땅이 촉촉하면서 좋아다. 어디 한번 맨발로 걸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걸어 들어갔다. 요즘은 맨발걷기 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다. 걷다보니 맨발로 걷는 사람도 종종 보였다. 습지길은 작년 5월까지 걷고 어제 처음으로 방문하는 장소였으며 그 사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습지길을 절반 정도 걸으면 왼쪽으로 도솔산을 오를 수 있다. 나는 도솔산으로 방향을 틀어서 산을 올랐다. 전에는 산을 오르면 숨이 좀 찼다. 이번에 맨발로 오를 때에는 어떨까? 내심 많이 기대도 되었다. 산 중간까지 오를 때까지 전혀 숨이 차지 않았다. 신기했다. 이제 행글라이더 정상까지 지름길로 올라가면 더 가파른 구간이 나온다. 그 길을 오를 때에는 정말 숨이 많이 찼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그 구간을 오르는데 맥박도 크게 뛰지 않고 숨도 거의 차지 않았다. 보통은 가파른 구간을 오른 다음에 한번 쉬면서 숨을 고르곤 했다. 그런데 어제는 전혀 그럴 필요도 없었다. 맨발의 승리이다.

도솔산 행글라이더 봉우리에서 계룡산을 바라보다. 능선 맨 뒤에 계룡산 천황봉과 삼불봉이 보인다.

산 정상을 맨발걷기 할 수 있도록 뽀족한 땅을 고르게 폈다. 마음에 든다.

행글라이더 봉우리까지 오르니 그 사이 변한 게 있었다. 봉우리 정상에 날카로운 돌이 넓게 퍼져있었는데 그 돌들을 다 고르고 흙을 덮어서 사람들 발이 다치지지 않게 잘 정돈해 두었다. 아마도 맨발걷기 붐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었던 모양이다. 산 정상이 걷기에 좋도록 다듬어져 있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렇다면 이제 나도 도솔산에서 맨발걷기를 할 수 있다. 유성 온천 황톳길도 좋지만 그곳은 너무 평지여서 다리에 힘을 키울 수가 없다. 반면에 도솔산은 천천히 걸어도 오르막을 올라야 하니 맨발 효과와 더불어 운동 효과까지 충분히 가질 수 있다. 나는 이제 도솔산을 오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가을이 되면 밤송이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그때에는 밤나무가 없는 길로 찾아다녀야겠다.

집에서 출발해서 돌아올 때까지 4시간 이상 걸린다. 걷는 동안 줄곧 깨달음 공부를 한다. 나에게 너무너무 소중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