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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공부는 깨닫고 난 후부터 해야 한다

깨달음 공부(마음 공부)는 깨닫고 나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말은 여러 스승들이 누누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을 잘 안 듣는다. 특히 남자들이 그렇다. 여자들은 이론적인 공부나 수행을 하기 전에 먼저 스승을 찾아서 법문을 듣는다. 하지만 남자들은 법문을 듣기도 하지만 우선적으로 이론 공부나 참선같은 수행을 먼저 한다. 그렇게 수 년 동안 공부하고 수행을 하면서 깨닫고자 하는데 헛 세월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은 불교계에서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같다.

나도 비슷한 경우로 진행했다. 내가 처음 깨달음 공부를 시작할 때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불교도 잘 몰랐고, 깨달음 공부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렇다보니 전혀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단지 나는 살겠다는 신념 하나로 길을 찾았는데 그 과정에서 깨달음 공부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당시에는 마음 공부로 통했는데 나는 깨달음 공부라는 용어가 더 좋아서 그렇게 부르고 있다. 그 공부에 대해서 충고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내 건강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달리 스승을 찾아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충남대학교 중앙도서관을 매일 출입하면서 관련 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충남대 도서관에는 책이 무척 많았는데 그것이 나를 기쁘게 했다. 원하는 정보는 충분히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기독교의 다석 류영모 선생도 알았고, 불교계의 여러 깨달은 사람도 알게 되었다. 마침 유튜브가 많이 성장해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던 때라서 나는 유튜브 영상으로 깨달은 사람들의 법문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유튜브를 찾아서 들은 건 아니고, 먼저 책을 읽은 후에 그 사람이 깨달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그의 유튜브 채널을 찾아서 들었다. 듣다보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유튜브가 좋은 점은 어떤 한 사람의 법문을 찾아서 듣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좋은 분의 영상이 추천으로 떴다는 것이다. 일단 들어보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을 했다. 공통적인 것을 말하면 계속 들어보고, 순전히 이론적이거나 신비 체험을 중심으로 말하면 걸러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좋은 분들이 상당했다. 요즘은 몇 년 사이에 더 많은 사람들이 출현해서 깨달음을 나누고 있는데 사이비나 돈벌이용도 많으니 주의를 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로는 충남대 도서관도 일반인 출입이 어렵게 되었다. 나는 정말 시기를 잘 맞추었던 것 같다. 만약 몇 년만 공부를 늦게 했어도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했을 것이고 깨달음 공부는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적절한 때를 만드신 하나님의 은혜이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알지 못했을 때에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나한테 맞는지 깨달음 공부를 제대로 하는지 등 여러 가지를 탐구하고 모색했다. 불교 교리도 배워보고 위빠사나와 사마타 명상도 시도해 봤다. 참선도 해봤는데 하나같이 앉아서 눈감고 수행을 하는 것이었다. 고요한 새벽에 일어나서 침묵 속에서도 해보고 종소리를 들으면서도 해봤다. 마음 하나만은 정말 평화로웠다. 하지만 며칠 하다보니 문제가 느껴졌다. 깨달음이 이렇게 앉아서 수행해야 한다면 일상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스님들은 일년 중에서 일정 기간 혹은 하루 중 일정 시간 매일 앉아서 수행을 하는데 일반인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나도 그런 식으로 하는 공부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살짝 당황했다. 내가 길을 잘못 찾은 것인가 싶었다. 그래도 뭔가 다른 길이 있겠지 생각하며 책과 유튜브를 열심히 들여다봤다. 그때 무심선원 김태완 선생과 몽지 심성일 선생 그리고 릴라 임순희 선생을 알게 되었다. 이 분들은 오히려 수행을 하지 말라고 권하고 있었다.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면 나도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처음 2년 동안 나는 길을 찾아가기 위해서 많은 책과 엄청난 유튜브 영상을 봤다. 그런 노력으로 마침내 깨달음으로 가는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나갈 수 있었다. 수행은 며칠 하다가 그만 두었지만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무엇이든 직접 체험을 해봐야 그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깨달음은 미리 공부하지 말고 먼저 깨닫도록 하라는데 나는 무지한 상태에서 혼자서 길을 찾다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보다는 시간이 넉넉해서 그나마 짧은 시간에 길을 찾은 것이다.

처음 2년 동안은 무지 상태에서 길을 찾고 실험을 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였다. 기독교, 불교, 힌두교, 동학 중심으로 깨달은 사람들의 사례를 알아갔다. 수행을 하지 않고도 깨달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다석 류영모 선생을 통해서 불교의 불성이 기독교의 성령과 동일한 존재라는 것도 알았다. 이제 하루 빨리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3년째부터는 매일 갑천누리길과 습지길을 하루 3~5시간 걸으면서 깨달음 공부를 했다. 이 공부는 걸으면서 하는 게 가장 좋았다. 건강도 챙기면서 자연 속에서 공부를 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기분도 너무 즐거웠다. 3년째에는 이전에 하던 사업을 완전히 접고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했다. 생업을 겸하면서 공부를 하니 마음이 분리되어서 도저히 공부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을 완전히 접고 온통 공부에만 전념했다. 몇 시간 걸으면서 공부하고, 집에 오면 또 법문을 듣고 책을 읽으면서 공부했다. 3년이 지나갈 무렵에는 마음이 너무 답답하고 안절부절 못했다.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가 않아서였다. 그런데 그런 상태가 공부가 잘 되고 있는 증거라고 릴라 선생이 말한 걸 들어서 나도 그런 상태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도 깨어났다. 갑천을 걷고 집으로 가는 길에 유성천 벤치에 앉아서 멍 때리듯이 마음을 비우고 건너편에 지나가는 사람을 보곤 했다. 그 날도 그렇게 벤치에 앉아서 무심히 하천 맞은편에 사람이 지나가는 걸 봤는데, 그 사람을 보고 있는 이가 내가 아니라 내 안의 어떤 존재임을 자각했다. 그게 아주 크고 갑작스럽게 와닿았으면 나도 바로 인식을 했을텐데, 그 인식이 그날 며칠 전부터 아주 잠깐씩 열렸다가 닫혔다가 하다가 그날 조금 강하게 열렸던 것이다. 그날도 나는 '요즘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나네' 하는 정도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날 이후로 눈앞을 보는 내 인식이 바뀌었다는 걸 알아챘다. 사람의 인식에서 근원의 인식으로 바껴서 세상을 보고 있었다. 정말 나는 바늘 구멍만한 틈으로 본성을 본 것이다. 다른 어떠한 신비 체험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요란한 체험도 동반하든데 나는 그런 것도 없어서 내가 제대로 본 것이 맞는지 여러 사례를 찾아봤다. 다행히 나처럼 신비 체험 없이 그냥 본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깨어난 이후로 3년 동안은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 매일 본성을 보는 의식은 명확했다. 생각에 빠질 때도 많았지만 본성은 잃어버리지는 않았다. 공부가 깊어지는 것도 매일 느껴졌지만 그 속도는 아주 느리고 약했다. 내가 독한 면이 있어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 끈을 잡고 공부를 이어갔다. 깨어난 후로는 책을 오히려 더 안 읽게 되었다. 잘 읽혀지지도 않았고 김태완 선생도 공부가 완전히 자리 잡기 전까지는 책 안 읽는 게 좋다고 해서 나고 그렇게 따랐다. 지금도 책은 많이 읽지 않는다. 그냥 눈에 들어오는 대로 조금씩 읽는 편이다. 대신에 본성을 놓치지 않도록 더 시간을 할애한다. 사실 책 읽으면 책에 집중되어서 본성을 잘 잃어버린다. 안 잃어버리고 읽지만 그럴려면 속도를 아주 천천히 해서 읽어야 한다. 4년째를 지나면서 너무 성장이 없어서 내가 못 깨달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낙담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마음을 다 비우고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그 당시의 심정을 <삶의노트>에도 남겨져 있다. 그게 작년 봄에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음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니 갑자기 눈이 밝아졌다. 그때부터 오늘까지 공부는 계속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공부가 깊어지고 있다.

공부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사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공부했던 방식과도 비교를 하기도 했다. 깨닫기 전에 이론 공부나 수행을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은 정확히 맞는 것 같다. 이론 공부를 하면 그것 자체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한 자칫 이론 공부가 선입관을 만들어서 견성에 방해가 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나마 나는 이론 공부를 하긴 했지만 불자들이 하듯이 그렇게 하지 않고 길을 찾기 위한 용도로만 했기 때문에 그 지식이 선입관으로 자리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깨달음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튜브로 가르침을 익히면서 실전에 뛰어들었다. 천만다행으로 3년째에 깨어났는데 그것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론 공부를 먼저 하다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런 공부는 깨달음 공부에 방해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기야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니 그럴 것이다. 수행(참선)도 마찬가지이다. 참선을 하려면 방향이 있어야 하는데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는 어디에 방향을 두어야 할 지 감을 잡을 수 없다. 그냥 앉아서 생각만 죽이거나 내면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정도로는 본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냥 마음만 맑아질 뿐이다. 참선을 마치면 또 평상시 모습으로 돌아가고 그것이 계속 반복될 뿐이다. 간혹 그렇게 해서 깨닫는 사람도 있겠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깨달은 스승들이 누차 말한다. 먼저 깨닫고 수행을 하라고 한다. 이론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본성을 본 후에 책을 보면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비로소 이해가 된다. 처음부터 다 이해되는 것도 아니다. 나도 선사들의 책을 보면 어떤 것은 스르륵 이해가 되고 어떤 것은 막혀서 모른다. 시간이 더 흐르고 공부가 더 깊어지면 또 막혔던 것이 이해되기도 한다. 그것은 내가 공부가 된 깊이 만큼 소화가 되는 것이다. 그것을 보면서 내가 어느 정도 공부가 되고 있는지 가늠이 된다.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 그래서 겸손히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한번씩 공부가 깊어지는 때가 있다. 그때에는 마음에 잔잔한 희열이 느껴지면서 기분도 좋고 공부도 너무 재미있어진다. 

깨달음 공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공부이다. 신앙인들이 평생 신앙 생활을 하듯이 깨달음 공부도 그렇게 한다. 삶 자체가 공부이다. 공부라고 해서 세상 사람들 공부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데 그냥 사는 것이 공부이다. 다만 자기 안의 본성(신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사는 것이 공부이다. 세상사에 물들어서 그기에 빠져 있으면 공부를 못하는 것이고, 세상 속에 살지만 물들지 않고 신성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공부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그 신성이 아주 강해져서 나중에는 죽음까지도 이길 힘을 갖게 된다. 내 목표는 그기까지이다. 나는 죽기 전에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 말씀을 성취해보고 싶다. 예수님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하셨다. 그 경지가 불교에서 해탈의 경지이다. 깨닫고 나서 일이십 년 지나야 그 상태까지 갈 수 있는 것 같다. 그 전에는 진리와 자유의 맛을 보지만 힘이 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