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삶의노트 > 삶의노트

과학(3) 교육(3) 글모음(59) 깨달음(358) 생각(439) 시사(104) 여행(97) 역사(1) 영성(282) 영화  (7) 예술·미술(35) 일상·삶(503) 종교(571) 철학(5)

나무는 없다

숲에서 길을 걷다보면 쓰러진 나무가 종종 보인다. 건장하고 굵은 나무지만 폭풍에 못 이겨서 쓰러져 있던 것이다. 쓰려져 있지만 나무는 나무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나무가 있다고 말한다. 세월이 흘러서 다시 그 숲에 방문하여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하자. 그 쓰러진 나무는 세월과 땅의 품에 안겨서 해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나무가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도 아니지만 그 자리에는 예전에 봤던 나무는 없다. 그때 우리는 나무가 없다고 말한다. 나무의 있고 없음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하는가? 최소한 나무의 모양을 일정 부분이라도 유지하는 동안에는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나무가 나무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면 나무는 있고, 그렇지 않으면 나무는 없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경우는 어떠할까? 내가 <삶의노트>에서 몇 차례 유사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눈앞에 나무 한 그루 자라고 있다. 그런데 내가 자리를 조금 옮기자 다른 더 큰 나무가 그 나무를 가려버렸다. 이제 내 눈앞에는 다른 큰 나무만 보이고 처음에 봤던 작은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이때 처음에 내가 봤던 뒤에 가려진 작은 나무는 있는가?

거의 모든 사람은 뒤의 나무도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진실일까? 일반적인 통념은 뒤의 나무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나무는 지금 우리 의식에서 사라지고 없다. 지금 그 작은 나무는 절대로 나무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왜 나무가 있다고 말하는가? 자기 생각으로 재구성하여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만약 뒤의 나무를 보지 못한 사람에게 앞의 큰 나무에 가려진 상태에서 다른 나무가 있는가 물어보라. 아마도 없다고 말 할 것이다. 그의 기억에는 뒤의 나무가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려진 세상(나무)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기억의 내용물이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경우이다. 참고로 기억이 뇌에 저장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은 바보같은 사람이다. 뇌세포는 매순간 죽고 생성된다. 모든 뇌세포가 죽어서 새로운 세포로 바뀌면 기억도 다 사라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은 기억이 뇌에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