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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배가 고파서 라면을 하나 끓여서 먹었다. 새벽 3시. 창밖을 보니 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아침에 되어야 나는 잘 수 있다. 아직 몇 시간 남았다. 밖은 영화 11도를 가리킨다. 모처럼 겨울다운 겨울을 맞이한다. 라면을 사로 밖에 나갔을 때 겨울 냄새가 났다. 나에게 겨울은 그리움이다. 내 인생의 그리움은 늘 20살 전후로 올라간다. 그때의 추억이 너무 강렬해서 그럴 것이다. 그 무렵에 마음 고생도 참 많았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추억도 쌓여서 중년의 나이를 먹은 지금 그때가 제일 그립다.

삶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참 많은 노력을 했다. 책도 많이 읽고, 사고도 많이 하고, 여행도 하면서 삶을 알아가려 했다. 어떤 거대한 의미가 내 앞에 있는데 보이지 않게 장막에 가려져서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장막을 걷어내면 환한 빛을 드러내면서 눈 앞에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책을 읽어도, 많은 철학적 사고를 해도, 해외 여러 나라를 다녀봐도 그런 건 없었다. 간혹 괜찮은 의미가 생기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건조해졌다. 삶의 의미라는 것은 없는 것인데 굳이 만드는 것이었던가? 한번씩 의심도 들었지만 인간은 자기 나름의 의미를 찾아야 갈등없이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깨달음 공부를 해보니 그런 본질적인 의문은 사라졌다. 참된 본성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본성을 알게 되면 물음이 사라진다. 더불어 삶의 의미를 더 이상 묻지 않게 되었다. 그런 건 본래부터 없었다. 하지만 삶이 공허한 인간은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 삶의 의미를 찾아나선다. 그렇게 끝없이 찾다가 그럴듯한 무엇을 발견하면 그때부터 그것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여 움켜쥐고 살아간다. 대부분 삶의 의미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아니면 자신이 속한 문화, 국가, 지역, 소속된 단체나 종교 등에서 만들어지거나 강요된 어떤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삶의 의미는 있거나 없어도 별 상관이 없다. 좋은 삶의 의미는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으니 만들어도 된다. 반면에 없는 사람은 굳이 그것을 찾기 위해서 헤매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살면 된다. 다만 마음이 많이 공허할지도 모르니 그건 각오를 해야 한다. 삶의 의미가 자신과 타인을 파괴할지도 모르는 그런 것들은 갖지 않는 게 좋다. 이왕이면 서로에게 유익하고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요즘 나는 삶의 의미는 생각하지 않지만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은 자주 하고 있다. 취미든 무엇이든 그것 자체를 하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면 좋은데 평생 그것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남에게 보일 필요가 없어도, 오직 나 혼자 그것을 해도 그것 자체로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면 된다. 어떤 의무감이나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그것 자체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그런 것이면 좋은데 그런 게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요즘 미술 공부와 피아노 연습을 조금씩 하고 있지만 이것들이 내가 원하는 그것일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아직 확신은 들지 않는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우선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조금씩 진행은 하고 있다. 마음에서 제대로 된 신호가 와야 하는데 아직 그런 건 없다.

삶은 참 바쁘고 시끄럽다. 다행히 본성에 의식을 두면 깊은 곳에서 휴식이 된다. 삶의 소음 속에서 휴식을 갖는데 그 안은 참 편안하다. 깨달음이 좋은 점은 바로 이런 것이다. 내가 쉴 수 있는 장소가 내 안에 있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 속에 있을 수만은 없다. 삶은 계속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생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즐겁게 하면서도 질리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나에게서 그게 무엇일까? 찾을 수는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깨달음 공부가 덜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찾는 것인가? 마지막 물음에 대한 답은 10여년이 더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어서 나도 그 문제는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