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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났던 그녀가 댓글을 달았다

최근 몇 달 동안 맨발걷기를 하면서 빠진 날은 거의 없을 정도인데 오늘은 하루 쉰다. 오후 5시를 향해가는데 날씨는 더 추워지고 밖에는 눈까지 온다. 청소기로 집안 먼지를 다 털어내고 옥수수를 데워서 먹고 <런닝맨>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맨발걷기를 하지 않으니 갑자기 시간이 많이 여유로와졌다. 맨발걷기 하로 집에서 나가면 돌아올 때까지 3시간 정도 걸린다. 요즘 내 외출은 그게 유일하다.

새벽에 어제 만났던 유튜버 영상에 댓글을 달았는데 오늘 방문해보니 그녀가 답글을 남겨놓았다.

어머 ~반갑습니다 ^^
맨발걷기도 열씸히 하시고
저보다 많이아셔서 도움이 됐습니다
댓글도 달아주시고 구독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 건강 행복하세요 ~

[방문] 

맨발걷기를 하다보면 그것과 관련해서 활동하는 분들을 종종 마주치게 된다. 그가 유튜버이든 사업가이든 일반인이든 같은 공간을 찾으니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계족산 황톳길과 계룡스파텔 황톳길을 조성한 조웅래 회장도 그 동안 몇 번 마주쳤다. 아직 그와는 대화를 한 적이 없지만 계속 맨발걷기를 한다면 언젠가 말을 섞는 날이 올 것이다. 이 여성 유튜버도 내가 이전에 영상을 보면서 언젠가 한두 번 마주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대화를 할 줄은 몰랐다. 

사실 어제 그녀가 나타났을 때 마음 속으로는 "제발 모른 체 해 주라" 속삭이며 걸었다.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나도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전에 조웅래 회장이 내 곁을 지나갈 때에도 나는 속으로 같은 소리를 냈다. 다행히 조웅래 회장은 내 옆모습만 한번 획 쳐다보고는 그냥 지나쳤다. 내가 너무 조용하고 엄숙하게 혼자 걸어서 쉽게 말을 걸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걸으면서 자신이 아는 사람인지 살피기 위해서 사람들 얼굴을 자주 확인하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알지 못하는 사람한테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말을 걸며 대화를 이끌어갔다. 그걸 알기에 어제도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낚였다.(낚였다는 건 장난스런 표현이다.) 사실 내가 낚인 것은 주변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였다. 그녀는 어떤 노년의 남자와 대화를 하고 있었고 그 외의 맨발걷기 하는 사람은 나 뿐이었다. 그와 20분 정도 대화를 나눈 상태였는데, 그 남자는 노년인데다 별로 대화를 이끌 만한 인물이 못 되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그녀에게는 새로운 대화 대상자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걸 알기에 조금은 의도적으로 잡혀줬다. 사실 유튜브에서 보던 분이어서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나도 20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는데 참 밝고 괜찮은 분이었다. 자신을 오픈하고, 다른 사람 배려할 줄도 알고, 맨발걷기를 알리는데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 같다. 물론 나같은 경우에는 어제처럼 한두 번 잠깐 대화를 나누는 건 괜찮지만 계속 그녀와 만남이 이루어지면 분위기나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내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맨발걷기를 매일 하고 있으나 사람들과 그것에 대해서 별로 할 말이 없다. 조금 식상한 것도 있고 내 관심사가 아니기도 하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다 나오는 내용을 다시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한다는 게 별로 흥미가 없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대부분 중장년 이후의 사람들이 맨발걷기를 하는데 아직 제대로 그 효과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단지 맨발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만 듣고 참여하지만 그 외의 정보에 있어서 빈약한 상태로 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다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분들은 모두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들이다. 그들이 내뱉는 이야기 내용은 너무 뻔했다. 나는 이야기를 좀 들어주다가 그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있으면 소개해 주곤 했다. 아무래도 그들보다는 내가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혼자 조용하게 맨발걷기를 하고 싶다. 맨발걷기 하는 시간은 내가 깨달음 공부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때로는 미술 강좌를 듣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시간이 나에게는 소중하기 때문에 방해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아직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기 때문에 바로 옆에서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건 정말 조심스럽다. 나는 코로나 주사를 한번도 맞지 않았다. 건강 문제로 그러했는데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심지어 감기가 와도 정말 조심하고 있다. 깨달음 공부하면서 무슨 걱정이 많으냐고 하겠지만 깨달음 공부를 해보니 공부가 완전하게 자리를 잡기 전에는 세상살이 근심걱정이 완전하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다만 전보다 영향력이 약해지는 건 사실이다. 공부 전보다 더 안정적이고 편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몸을 놀리면 악재는 피해가지 못한다. 지금 내 몸은 스스로 살피지 않으면 남들 만큼의 수명도 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다. 공부도 이제 초기 단계이고 살 날이 많으니 최대한 관리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