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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문득 이 질문이 머리에서 떠올랐다. 중년의 나이를 지나고 있는 지금 나는 무엇으로 살고 있나? 다른 사람은 무엇으로 살고 있지? 계속 질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궁금해서 구글 검색창에 이 질문을 넣고 검색을 했다. 톨스토이 단편 소설 제목이 이 질문과 일치했다. 내가 원하는 글이 첫 페이지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평범하면서도 단조로운 일상사를 살고 있다. 그런 삶이 매일 반복되어 살아진다. 어떤 때는 답답해서 뛰쳐나가고 싶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건강 문제로 그러지도 못했다. 삶은 직접적인 경험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나는 지적 열정과 희열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열정도 조금씩 퇴화되어 가는 기분이다. 깨달음 공부를 하고 나서부터 더 그렇다. 이 공부를 끝냈다면 오히려 다른 곳에 눈을 돌릴수도 있었을텐데 아직 한참 남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특별히 외로움을 타지는 않는데 한번씩 사람이 그리울 때도 있다. 단순히 사람이 그립다기 보다는 나와 영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통하는 그런 사람과의 만남이 그리운 것이다. 공자는 오랜 친구가 있어서 그와 만나면 기쁘지 아니한가 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친구가 바로 내가 말하는 그런 친구일 것이다. 살면서 지금까지 나는 한번도 나와 통하는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살아 있는 동안에 그런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럴려면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은둔형으로 살면 더더욱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년을 살고 있는 지금 나는 단순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매일 깨달음 공부를 몇 시간씩 한다. 주로 맨발걷기를 하면서 집중적으로 하고, 집에서는 한번씩 관련 책이나 영상을 보기도 한다. 틈틈히 미술 공부도 하고 피아노 연습도 한다.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일과 연구도 한다. 책도 조금씩 읽는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도 보고 유튜브에서 시사 영상도 본다. 이것이 요즘 내 일상이다. 당분간 이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돈을 벌어서 이사를 간 후에는 전체적으로 상황이 많이 바뀔 것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그 기간이 좀 늦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번씩 조급증과 답답함도 느낀다.

조급증과 답답함은 나로 하여금 자꾸만 뭔가를 하도록 유도한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빨간 신호등을 감지하게 만든다. 20대에도 이런 느낌을 자주 받았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에 몰두하는 것 밖에 없었다. 돈이 없어서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대신에 많은 책을 읽어서 지적으로 나를 채워나가려고 했었다. 그렇게 내면을 채워두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다행히 20대 후반에 기회가 왔다. 나는 몇 년 동안 해외로 싸돌아 다녔다. 그때를 생각하면 어찌나 통쾌하고 좋던지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비행기를 탔으니 하늘을 날았다. 내 인생 최고의 전성기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이다. 해외여행도 많이 다녔고, 친구나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경제적 독립까지 얻었었고, 카이스트에서 밴처기업까지 운영하는 때였으니 한참 기고만장하게 올라가던 때였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건강을 잃으면서 모든 것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병이 온 원인은 지난 날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며 힘들게 젊은 청춘을 살아서 그게 병이 되었었다. 그 후로 20년 동안의 내 인생은 그야말로 암흑기였다. 그 어둠의 동굴을 지나는 동안 나는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 얼마나 발버둥쳤는지 모른다. 깨달음 공부를 한 것도 그런 시도 가운데 하나였다. 이 공부는 다른 신앙처럼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제 깨달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공부가 중단될까봐 전혀 한눈 팔지도 못하고 매진했었다. 이제는 다른 것을 함께 병행하면서 진행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미술 공부와 피아노 연습이었다. 매일 하지는 못하지만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서 한다면 나중에 괜찮은 취미생활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깨달음 공부가 변수로 남아 있다. 이것이 다른 삶의 영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공부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럴려면 아직 10여 년 더 공부를 해야 판가름이 난다.

며칠 전에 나도 유화 그림 그리기 모임에 참여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검색을 해보니 대전에 초보자 그림 그리기 할 수 있는 곳이 좀 보였다. 그런 곳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림을 그리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유화 그림 그리기가 단순하지 않다. 매일 열정적으로 할 것이 아니면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 나는 아직 그림 그리기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자신이 없다. 대신에 모자이크 작품을 만드는 것에 많은 생각을 했는데, 그것의 문제는 표현에 있어서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자연석으로 모자이크를 만들고 싶었다. 천연 자연석을 구입하면 돈은 비싸지만 영구적이고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돌의 컬러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그게 한계이다.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 놓으면 판매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만들 수 있는 작품 갯수는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정도의 작품을 만들려고 비싼 돈 주고 모자이크를 만드는 것도 고민이었다. 가끔 화가들의 하소연을 봤는데 그림이 팔리지 않아서 배를 굶주리고 있었다. 잘 팔리는 소수의 인기 작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가들은 작품이 팔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 대부분은 너무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 또한 작품을 만들어도 똑같은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굳이 내가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면 작가들과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예를들면 멋진 집을 구입해서 집 안에 모자이크 작품을 전시하든지, 아니면 작은 개인 갤러리를 만들어서 그곳에 내 작품을 전시하든지 말이다. 작품 제작은 취미로 하는 것이지만 판매가 안 될테니 그냥 사람들에게 구경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마도 제작 비용과 유지 비용이 상당할 것이다. 그래서 이걸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사실 좀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는 게 현실이긴 하다.

다른 작가의 작품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자주 구매를 하고 싶다. 투자 목적으로 구매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매해서 집안에 걸어두고 감상하고 싶다. 미술공부를 해두면 그림을 보는 안목이 늘테니 그런 부분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개인 갤러리를 하나 만들어서 내가 구매한 작품도 전시하고, 내가 만든 모자이크 작품도 전시해서 매일 감상을 하는 것이다. 내가 죽을 때는 사회에 기증해서 계속 운영되도록 하면 된다.

솔직히 깨달음은 정말 지루하고 단조롭다. 그 안에 있으면 마음이 참 평화로와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야 하니 매일 멍하게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뭔가를 병행하면서 살면 더 좋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리지 않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은 살 날이 더 많으니 여러 경험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여행도 떠나고 문화 생활도 적극적으로 누리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건강도 최선의 상태로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