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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순례자》 1부를 다 읽고서

《이름없는 순례자》1부를 다 읽었다. 본래 이 책은 1, 2부가 같은 저자임에도 그 내용이 많이 다르다. 1부는 소탈하면서 개인적인 여정이 기록되어 있고, 2부는 신학적인 대담이 많이 실려 있다. 2부는 1부가 나오고 나서 27년이 지난 뒤에야 출간되었다고 한다. 번역은 각기 다른 분에 의해서 되었다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으로 통합되어 나왔다.

1부에서 순례자는 예루살렘으로 향하기로 마음먹고 순례 여정을 바꾸어 떠난다. 그러던 중 이야기가 중간에서 끝난다. 그는 여전히 러시아에 있다. 2부를 보니 1부에 계속 이어져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 같다. 갑천을 걸으면서 경치 좋은 곳에서 계속 읽어야겠다.

이 책은 묘한 매력이 있다. 성경과 격언록만 달랑 들고 시베리아를 떠돌며 하나님을 찾는 수도자의 모습이어서 그런걸까? 내가 20대부터 동경했던 순례자의 이야기여서 그런 걸까? 아니면, 요즘 내 삶이 마치 순례자 같아서 그런 걸까? 어쩌면 복합적인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나는 길을 걸으면서 매순간 순례자 같은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물론 《이름없는 순례자》를 읽기 전부터 그런 마음이었다. 나는 주변이 제대로 정리가 되면 국내부터 시작해서 해외까지 길을 떠날 생각이다. 정말 순례자가 되어 한걸음 한걸음 침묵 속에서 발걸음을 옮길 생각이다. 세상의 많은 산과 들과 바다와 강과 도시를 걸어보고 싶다.

요즘도 자주 갑천 습지길을 걷는다. 길을 걸을 때면 순례자의 심정으로 걷는다. 같은 곳을 자주 걸으면 지겨워지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지만, 깨어있음으로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면서 걸으면 그런 마음이 없다. 모든 것이 새롭게 빛난다. 그 마음으로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어 먼 길을 걸어서 다녀보고 싶은 것이다. 아직은 여건이 마련되지 못해서 가까운 곳을 거니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하나님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참 아름답고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