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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가려졌던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맨발걷기를 하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앞서 걷던 사람이 큰 나무에 가려져서 짧은 순간 보이지 않았다가 다시 나타났다. 그 짧은 순간 그 사람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이 질문이 이상한가? 보통 사람들의 생각에는 이상할 것이다. 어디 간 것이 아니라 그 나무 뒤에 있었다고 말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이고 관념이다. 눈 앞에 보이지 않는 동안에 그 사람은 실재하지 않는다. 그 보이지 않는 동안에는 현상계 안에 없었다는 말이다. 최소한 가려지기 직전까지의 모습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동안에 그 사람은 절대계 안에 있었을 것이다. 그 영역은 인간의 이해가 닿지 않는 영역이다. 칸트도 보이는 현상계를 넘어서 물자체는 인간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칸트의 말은 눈에 보이는 것은 현상계이고, 그 현상계 안에서 비쳐지는 사물의 본질은 절대계 안에 있기 때문에 인간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나무가 하나 보인다고 하면 그 나무는 우리 정신이 재구성하여 그렇게 보는 것이고, 진짜 나무의 형상은 인간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부분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은 같다. 보일 때의 사람도 이성이 재구성하여 그렇게 보이는 것이고, 보이지 않을 때에는 없는 것이다. 그 없는 동안에 그 사람은 어디에 있었을까? 알 수 없다. 보였던 사람의 모습으로 어딘가에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너지 형태로 보이지 않는 어떤 곳에 있다가 다시 보일 때 형상으로 나타나는지,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변형되었다가 다시 재구성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늘 이성으로 판단하고 구성하여 세상을 본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훈련하며 자라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있는 그대로 본다고 한다. 이미 태생적부터 구조적으로 한계를 갖고 살아왔는데 너무 익숙해서 그것을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