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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남기는 기록들

새벽 3시가 넘었다. 자야하는데 따뜻한 차 한 잔 가져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유튜브로 오래된 가요를 듣고 있다. 한밤에 듣기 좋은 노래들이다. 대부분의 노래가 오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나의 옛 추억을 떠올리면 20살 전후부터 시작해서 20대 중반까지 가장 인상에 남는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정신적인 삶을 살았고, 짝사랑도 깊게 했고, 상상과 기대와 희망과 힘듦이 뒤섞인 나날을 보냈다. 집이 너무 가난해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건 거의 없었고, 대신에 나는 엄청난 독서를 하면서 사색과 꿈을 품으며 그 시절을 지냈다. 그 외에도 내 삶은 하나님과 교회와 신앙 활동이 중심이었다. 달리 할 게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딘가에 몰입하고 집중하고 성실하게 내 삶을 꽉 채워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 시절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라는 기억의 흔적에만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잡을 수 없는 흔적이기에 더 그리운 걸까? 깨달음 공부를 하다보면 지나간 일에 마음을 쓰지 않게 된다. 그 때문에 한동안 과거를 잊고 지냈는데 지금 갑자기 생각이 많이 난다.

며칠 동안 밤마다 목감기가 와서 목이 따갑다. 매일 계피꿀차를 마시고 방 온도를 올려서 감기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매일 맨발걷기를 해서 면역력이 강해져서인지는 몰라도 감기가 더 심해지지 않고 있다. 목만 살짝 따갑다가 관리가 되면 풀어졌다가를 반복한다. 요즘 감기, 독감이 기승을 부린다는데 나는 왜 갑자기 목감기가 오는 걸까? 12월에 한참 추웠을 때에도 감기가 안 왔는데, 막상 날씨가 풀리는 요즘 목이 따갑다.

이제 맨발걷기를 한 지가 6개월이 지났다. 나는 최대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서 조용하게 걷는다. 대부분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다. 굳이 할 말도 없고, 나는 걸으면서 음악이나 법문이나 미술강좌를 들으면서 걷기 때문에 방해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맨발걷기를 하는 곳이니 사람들의 대화 내용은 대부분 그것에 맞추어져 있다. 어제도 날이 저문 시간에 혼자서 걷는데 마주오던 한 사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그의 행동을 보고서 말을 걸어오는 걸 알았다. 날씨가 차가운데 발이 차갑지 않느냐고 물어왔다. 그때 온도가 0도였을 것이다. 별로 차갑지 않아서 괜찮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내게 착 달라붙어서 계속 말을 걸어왔다. 나이가 70대 후반으로 보였다. 얘기를 하다보니 발 각질 제거하는 것도 알려주고, 바세린 구입하는 것도 알려주고, 그 외 몇 가지 정보도 제공해 주었다. 그는 계속 나에게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코로나, 감기, 독감이 유행 중이어서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다. 얼마 동안 얘기 하는 중에 그가 대뜸 '맨발걷기를 하니 여기가 힘이 쏟더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말에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니 다시 강조해서 "여기 말이여, 여기!"라고 강조를 했다. 그제사야 나는 '여기'가 남성의 심볼을 말한다는 걸 눈치챘다. 나는 속으로 별 미친 놈 다 있구나 싶었다. 처음 만났는데 그런 소리를 하다니, 나는 "당신의 거시기가 고개를 숙이든 힘을 받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피가 잘 통하니 그렇겠죠."라는 부드러운 대답이었다. 유튜브에서 맨발걷기 영상을 보니 나이 먹고 시들했는데 맨발걷기를 한 후로 거시기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종종 등장했다. 그 만큼 맨발걷기 효과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런 성적인 이야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친한 친구하고도 성적인 농담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적으로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관심을 끊고 살고 있다는 뜻이다. 다석 류영모 선생은 50대 초에 깨달은 후 아내의 동의를 얻어 더 이상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깨달음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성적인 것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말이 나왔으니 맥락은 다르지만 일전에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남겨 본다. 한 기독교인이 어떤 스님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소개했나 보다. 그러자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부활한 거시기를 본 적은 있지만 사람이 부활했다는 것은 본 적이 없다."라고. 맨발걷기 열심히 하면 죽은 거시기도 부활을 한다. 고개 숙인 남성들이여 열심히 맨발걷기 하시라! 

맨발걷기는 확실히 효력이 있다. 내 몸도 예전과 비교해서 많이 좋아졌다. 이제 죽을 때까지 매일 해야 할 것 같다. 얼마 전까지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고 했는데 지금은 마음도 바뀌었다. 맨발걷기를 할 수 있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갈 생각이다. 주변에 작은 산이 있으면 더 좋다. 맨발걷기로 유명한 계족산 아래로 가려고 했지만, 산 아래는 아파트가 전부이고, 조금 더 떨어진 곳도 주택이 거의 없다. 마당 있는 곳은 더더욱 없다. 그래서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 이번에 이사를 가면 평생 살 생각을 하고 면밀히 따져서 살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