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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5일장마다 방문하는 국수집

나는 유성장이 있는 날 이곳을 방문해서 늘 국수를 먹는다.

내가 먹는 국수

유성장이 열리는 날이면 늘 방문하는 국수집이 있다. 유성 자이아파트를 지나서 유성교를 건너면 바로 그 국수집이 있다. 내가 이곳을 안 지는 올해 여름이 되기 직전 부터였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는 유성 시장 안쪽에 싸구려 잔치 국수를 주로 사먹었다. 맛은 별로였지만 가격이 저렴했고 그나마 시장 안에서는 먹을 만해서 몇 년 동안 사먹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위생 상태가 너무 안 좋아 그곳 방문을 중단했다. 코로나가 창궐하는데 삶은 국수를 손님들 앞 큰 소쿠리에 담아서 그냥 방치를 했다. 그 앞에서 국수를 먹는 사람의 입에서 보이지 않게 튀는 이물질이 그대로 소쿠리 안의 국수에 옮길 것이란 염려가 들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많아서 보이지 않는 균이 얼마나 국수 안으로 들어갈 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국수를 조금 떨어진 곳에 두든가 천으로 덮기라도 했으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시장 안의 다른 국수집도 위생 상태가 별반 다르지 않았고 더군다나 맛도 너무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 국수를 먹을 곳이 없었다. 가격도 처음에는 1,500원 하던 것이 2,000원으로 올랐다가 코로나 유행 중에 3,000원으로 올랐다. 멸치 국물에 국수와 양념장 그리고 중국산 김치가 전부였다. 물가가 오르니 가격도 따라서 올랐다.

이제 국수를 못 먹는구나 생각하고 포기하던 참에 못 보던 국수집이 눈에 띄었다. 가게는 작은데 손님도 보이지 않고 두 분이서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다가 나를 맞았다. 나와 그 국수집은 그렇게 인연을 맺었다. 그 국수집은 여사장님 한 분과 주방 보조를 돕는 여자분이 있었다. 6개월 정도 그곳을 방문하다보니 이제는 많이 친해져서 늘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국수를 먹는다. 내가 가면 국수도 더 많이 말아주시고 달걀이나 김밥도 서비스로 그냥 주신다. 그러면 나는 시장에서 과일이나 떡을 사서 돌아가는 길에 드시라고 전해준다. 그렇게 우리는 손님인지 지인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국수를 다 먹은 후에 사장님이 김밥을 말고 있으면 내가 카드 계산기로 직접 계산하고 나오기도 한다.

여사장님은 나보다 나이가 몇 살 위다. 내 추측에 나보다 4~5살 정도 많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나이에 맞지 않게 정말 예쁘시다. 장사를 한 지는 올해 봄부터였다고 한다. 우울증이 심했는데 장사라도 하면서 바쁘게 지내면 우울증 증상이 덜하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단다. 그 전에는 그냥 가정 주부로 지냈단다. 딸이 하나 있는데 미국에서 산다고 한다. 그 동안의 분위기로 봐서 여사장님은 혼자 지내시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음식 솜씨가 대단했다. 국수의 국물 맛이 너무 좋았다. 김밥도 그 지역에서는 최고의 맛이었다. 오는 손님마다 김밤 맛있다고 한마디씩 했다. 나도 국수와 김밥은 여러 곳에서 먹어봤지만 그곳 만큼 맛있는 집을 보지 못했다. 내가 단골이 된 것은 그 때문이기도 하고, 여사장님이 예쁘면서도 다정다감해서 일수도 있다. 지난 주부터 국수 가격이 500원 올라서 6,000원 했다. 김밥은 미디엄 사이즈인데 5개 4,000원이다. 나는 방문할 때마다 국수 한 그릇을 먹고 김밥 5개를 포장해서 사갔다.

국수집 내부에는 오드리 햅번의 모습과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에 나오는 대사가 붙어 있다. 누가 붙였냐고 물으니 여사장님이 직접 사서 붙였다고 한다. 여사장님은 짧은 머리에 웨이브 파마를 했는데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오드리 햅번과 아주 닮았다. 얼굴도 머리 스타일도 모두 닮았다. 하루는 내가 오드리 햅번을 많이 닮았다고 칭찬을 해줬더니 수줍어서 어쩔 줄 몰라 하신다. 그러면서 은근히 좋아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단지 말로만 칭찬이 아니라 정말 많이 닮았다. 그녀는 본래 장사를 하던 분이 아니라서 장사꾼 느낌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정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벽에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에 나오는 대사를 붙여 놓았다. 글귀가 "You look tres distin"이라고 되어 있다. 그 아래는 "Beakfast at Tiffany's Audrey Hepburn"이다. 말 그대로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의 오드리 햅번"으로 해석하면 된다. 그런데 "You look tres distin"의 문장이 문제였다. 처음 내가 저 문장을 접했을 때 해석이 안 되었다. 여사장님은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에 나오는 대사라고만 말했다. 그건 알겠는데 뜻을 알 수가 없었다. 사장님도 뜻은 모르겠고 그냥 좋아서 붙였다고 했다. 뜻도 모르고 붙였다니, 사전을 찾아보니 tres는 '아주'란 뜻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distin'이란 단어는 사전에도 없었다. 운명을 뜻하는 'destiny'도 아닐테고, 도대체 무슨 뜻일까 생각하며 몇 주가 흘렀다. 결국 인터넷 검색을 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그랬더니 'distin'이 아니라 'distingue'였다. 이 단어는 '고귀한', '귀풍스러운' 등의 뜻을 갖고 있었다. 순수 영어가 아니라 불어에서 온 단어여서 내가 알지 못했다. 영어 실력이 짧아서 추측을 못한 것도 있다. 결국 추론을 해보니 여사장님이 문장 스티커를 구입해서 붙이다가 'distingue'의 뒤 세 문자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You look tres distingue"는 "당신은 아주 귀품있어 보입니다"였다. 

지난 번 내가 방문했을 때, 여사장님은 내가 맨발걷기를 하는 걸 알고는 나중에 자신이 장사를 그만두면 같이 맨발걷기를 하자고 말했다. 나는 "그 전에 난 계족산 아래로 이사를 갈 거 같은데요?"라고 말하자 그녀의 얼굴에 살짝 실망의 그림자가 느껴졌다. 나는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하고 편해서 옆에 누가 있으면 불편하다. 같이 맨발걷기 할 수는 있으나 계속 상대해가며 대화하는 게 나한테는 부담이다. 나는 혼자서 걷는 게 더 좋다. ^^ 나중에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깨달음 공부를 하면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보다 지금 이대로가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공부가 자리를 잡은 후에 다른 사람들과 마음껏 함께 해도 늦지 않다. 사실 무엇보다 그녀가 장사를 그만 두기 전에 정말 나는 이사를 갈 것 같다. 

오늘도 그곳을 방문해서 국수를 사먹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국수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짜증도 좀 났다. 내가 국수집에 들어가자 두 분이 앉아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여사장님이 국수를 삶아줄까, 묻길래 그러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주방에서 물을 끓이고 준비를 했다. 보통 때에는 주방 아주머니가 그 일을 했는데 오늘은 여사장님이 직접 했다. 테이블을 보니 물감기약이 두 개 보였다. 혹시 감기 걸리셨느냐고 물으니 주방 아주머니가 그렇다고 말했다. 아뿔싸! 그녀는 어제부터 기침이 나고 두통이 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공으로 몇 번 기침을 해댔다. 마스크도 하지 않았다. 코로나인지 감기인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모른단다. 그러면서 그냥 감기란다. 일단 증상은 기침과 두통이다. 열은 조금 있었다가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데 여사장님은 아직 아무런 증상이 없다.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지냈다. 난 속으로 열불이 났다. 나 자신 보호차원에서 다음에 방문한다고 말하고 나가야했는데 잘 아는 분들이라 그러지도 못했고 속만 애태웠다.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와 감기를 피해다니며 살았는데 결국 그곳에서 마주쳤다. 이미 주문을 해버려서 어쩌지도 못했다. 결국 국수를 먹고 나왔다. 김밥은 주문도 하지 않았다. 보통 국수는 국물까지 다 마셨는데 오늘은 그러지도 못했다. 주방 아주머니가 위생 관념이 너무 없었다. 전부터 그걸 느꼈는데 오늘 참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것도 큰 문제이지만 그냥 아무대나 기침을 해대었다. 코로나 같지는 않은데 알 수가 없다. 오늘 국수와 김치를 먹으면서 나도 틀림없이 바이러스를 먹었을 것이다.

그녀의 바이러스가 코로나가 아니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맨발걷기가 코로나 면역에 아주 좋다고 한다. 코로나에 걸린 사람도 매일 맨발걷기를 하니 3일만에 나았다고 한다. 오랫동안 매일 맨발걷기를 한 사람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더란 얘기도 있다. 나는 지난 6개월 동안 매일 맨발걷기를 하고 있으니 내 몸에 면역력이 향상되어서 코로나든 감기든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 이번 주 동안은 면밀히 내 몸을 관찰하면서 지내야 한다. 그리고 내일부터 맨발걷기를 더 적극적이고 열심히 해야 한다. 최소한 3일 정도 아무일도 안 일어나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