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에 눈이 왔다. 날씨도 많이 내려가서 오후 3시 영화 4도를 가리켰다. 유성 온천 계룡스파텔 맨발 황톳길로 가서 여느 때와 같이 준비를 하고 맨발로 걸었다. 영화4~5도 정도이면 발가락이 너무 차가워서 자칫 동상에 걸릴 수 있다. 다이소에서 손가락 보호대를 사서 발가락에 끼웠다. 엄지 발가락은 들어가지 않아 약국에서 구입한 스포츠 테이프를 감았다. 이렇게하니 어느 정도 발가락은 보호가 되었다. 바람만 불지 않으면 발등은 그리 차갑지 않다. 발바닥은 이미 단련이 되어서 근육과 굳은살이 두껍게 박혀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눈이 덮힌 땅을 밟으면 차갑다. 20분 정도 걷고 나서야 발이 적응이 되어서 차가움을 덜 느꼈다.
내가 도착한 2시 30분 경에 황톳길에는 사람이 없었다. 두 사람이 보였지만 한바퀴 돌고 다시 오니 아무도 없었다. 한동안 나 혼자서 내리는 눈을 맞으며 눈길을 걸었다. 발바닥은 차가움에 짜릿하였고 기분은 살짝 업(up)되어 흥분이 되었다. 1시간 정도 지나니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발바닥이 차갑지 않느냐고 물어왔다. 괜찮다고 말하니 대단하다고 한마디씩 하며 지나쳤다. 또 몇 십 분이 지났을 때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발이 차갑지 않느냐고 말하며 물끄러미 나를 쳐다봤다. 나는 차갑긴 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계속 내게 말을 걸어왔다. 할 수 없이 이어폰을 빼고 대응해야 했다. 그녀는 몇 차례 나를 주시했던 모양이었다. 나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을 해왔다. 자기는 한달 전부터 맨발걷기를 했다고 한다. 나는 이곳에서는 네달이라고 말했다. 결혼했냐고 물어오길래 안 했다고 말하니 그렇게 보인다고 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결혼한 사람과는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고 했다. 내 옷차림이나 분위기가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나이를 묻길래 말해주니 나이보다 많이 어려보인다고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늙은 느낌이 드는데 그럼에도 아직 제나이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자주 가던 유성 시장 국수집 여사장님도 내가 어려 보인다고 말했다. 매일 혼자서 다른 사람과 말도 없이 조용하게 걸었던 걸 그녀가 자주 봤던 모양이다. 그녀는 내가 수도하는 사람인가 싶었단다. 글쎄 내가 수도를 했나? 난 그냥 걷기만 했을 뿐인데. 물론 걸으면서 깨달음 공부를 하고 있긴 하다. 그런 분위기나 느껴졌나 보다. 어찌되었거나 눈썰미가 대단하신 분이다. 그녀에게 나이를 물으니 61살이라고 한다. 작은 키에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눈만 보면서 대화를 했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적었다. 우리는 황톳길을 몇 바퀴 돌면서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자꾸 말을 걸면 나는 할 말도 없는데 어쩌나? 이상하게도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내 신상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나는 내 사생활을 얘기해야 해서 괜히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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