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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맨발걷기

엄지 발가락에 스포츠 테이프를 감고 맨발걷기를 했다. 땅바닥이 울퉁불퉁하게 솟은 상태에서 얼어버려서 발이 고생을 많이 했다. 

오늘은 오후 3시 전후로 영화 2~3도를 오갔다. 어제 만큼 날씨가 차갑지 않았기 때문에 엄지 발가락만 스포츠 테이프를 감아서 걸었다. 이번 겨울 맨발걷기는 모든 게 실험이다. 처음 맞이하는 경험이기에 잘 대처해야 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땅바닥 뽀족한 것이 좀 가라앉았다. 어제는 전체 길이 1/3을 왔다갔다 했는데 오늘은 1/2를 왔다갔다 했다. 땅바닥이 거칠게 솟은 상태에서 얼어버린 곳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런 곳을 맨발로 밟으면 통증이 여간 심하지 않다. 그나마 내 발바닥은 지난 6개월 동안 꾸준하게 걸었기 때문에 근육이 많이 들어서 있다. 그래서 처음 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걷는 편이다. 그래도 뽀족한 바닥을 밟으니 통증 때분에 힘들다. 이건 마사지도 아니고 그냥 유리 조각 밟는 기분이다.

오늘 나와 같이 밴발로 걷는 할머니를 봤다. 걸음도 나보다 빠르다. 발바닥 감각이 없는 건지 그냥 막 걷는다. 대단하다. 일부는 양말이나 덧보선 바닥에 구멍을 뚫어서 신는다. 일부는 그냥 신발을 신고 걷는다. 극소수 몇 사람은 나처럼 맨발로 걷는다. 오늘은 발등이 좀 많이 차가웠다. 이런 상태라면 나도 계속 맨발로 걷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 온라인 쇼핑으로 덧보선 하나를 주문했다. 모레 집으로 오면 바닥에 구멍을 뚫어서 준비를 하려고 한다. 가능한 맨발로 걷되 발이 추위를 견딜 수 없을 때에는 구멍 뚫린 덧보선이라도 신고 걸을 생각이다. 그렇게 해도 효과는 같다.

가끔 황톳길을 벗어나서 맨발로 걸을 때가 있다. 오늘도 그곳을 벗어나서 잔디 운동장을 가로지르는데 한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가던 길을 멈추고 놀라는 얼굴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나는 그녀가 왜 보는지 알았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다. 길을 건너면서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겨울에 맨발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니 저놈이 미쳤나 하는 눈치였다. 다행히 바로 황톳길로 찾아가는 길이어서 완전히 미친 놈으로는 여기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영화 날씨에 그렇게 다니는 내가 신기했던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