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삶의노트 > 삶의노트

과학(3) 교육(3) 글모음(59) 깨달음(358) 생각(439) 시사(104) 여행(97) 역사(1) 영성(282) 영화  (7) 예술·미술(35) 일상·삶(504) 종교(571) 철학(5)

영하 6도에서 맨발걷기

유성 온천 옆 계룡스파텔 맨발 황톳길. 사진에 보이는 이 구간만 맨발로 걷기에 괜찮았고, 나머지 구간은 바닥이 깨진 유리조각처럼 너무 날카로워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구간만 왔다갔다 했다. 

영화 6도에서 맨발걷기 하는 중이다. 발가락이 너무 차가워서 동상을 방지하고자 스포츠 테이프를 감았다. 

어제부터 날씨가 갑작스럽게 차가워졌다. 첫눈이 내렸고 밤새 영화 10도의 날씨가 이어지다가 오늘 오후에 영화 6도까지 올라갔다. 영화 1도에서 맨발걷기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영화 6도에서 실험할 차례였다. 황톳길까지 걸어오면서 생각을 했다. 눈을 밟으며 걸을 때 어떨까, 꽁꽁 언 땅을 걸을 때는 괜찮을까, 발에 무리가 오지는 않을까 등 많은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최근에 맨발걷기가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키면서 많은 사람들이 맨발걷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겨울이 왔고 그들 중 대부분은 다시 자기 집 안방으로 돌아갔다. 내년 봄이 오면 그때부터 다시 사람들로 붐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병을 앓고 있거나, 맨발걷기로 효과를 본 사람들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도전을 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 추워도 이렇게 나서는 것이다. 무엇이든 절실하지 않으면 시도를 안 한다. 내가 맨발걷기에 이토록 열심인 것은 지난 6개월 동안 그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죽을 병에 걸려서 효과를 본 것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관리를 하지 않으면 제 명(命)대로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나마 성실히 노력한 덕분으로 몸이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는 중이다. 오늘 또 확실히 느낀 것 가운데 하나가 있다. 내가 추위를 많이 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겨울까지 난 추위를 많이 탔다. 날씨가 영화로 내려가면 걱정도 많이 되었다. 올해 봄까지 오랫동안 나는 매일 갑천을 걷고 도솔산을 올랐는데 너무 추우면 그것도 할 수 없어서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오늘처럼 영화 5도 아래로 내려가면 그야말로 고민이었다. 밖으로 나가서 운동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몸이 견디어낼지도 의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별로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늘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겨울을 견디고 있다. 겨울에 맨발걷기를 하면 면역력이 더 좋아진다고 하더니 맞는 것 같다. 그래도 영화 10도 가까이 가면 쉽지 않을 것이다. 

황톳길에 도착해서 양말을 벗고 맨발로 땅을 밟았다. 무척 차가웠다. 어제까지의 경험을 보면 약 20~30분 정도 걸으면 혈액순환이 잘 되어서 발바닥이 그리 추위를 타지 않았다. 오늘은 더 추우니 어떨까 싶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제와 차원이 달랐다. 일단 땅바닥이 꽁꽁 얼었는데 어제 진흙이었던 상태가 그대로 얼어서 마치 송곳처럼 튀어오른 땅이 그대로 발바닥을 찔렀다. 도저히 맨발로 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군다나 눈으로 덮혀 있어 차갑기도 해서 발바닥 고통이 더 심했다. 다행히 1/3 정도는 땅이 안정이 되어 있어서 찔리는 통증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은 그 구간만 왔다갔다 하면서 걸었다. 다행히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많이 차갑긴 했지만 땅바닥이 돌처럼 찌르지만 않는다면 걷기에 무리가 없었다. 처음에는 맨발로 걷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은 신발을 신거나 구멍 뚫린 덧신을 신고 걸었는데, 몇몇의 사람들은 내가 신기했는지 지나갈 때마다 내 발을 쳐다보고 내 얼굴을 쳐다봤다. 어떤 사람은 내게 "발이 많이 차갑겠어요?"라고 말을 걸기도 했다. 나는 "네, 많이 차갑네요!"라고 한마디 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걸었다. 처음 10분 정도는 그냥 걸었는데 발가락 통증이 너무 심했다. 자칫 동상에 걸리기라도 하면 큰일이기에 가지고 다니던 스포츠 테이프를 잘라서 양쪽 발가락만 감쌌다. 그랬더니 발가락 통증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발바닥은 그 동안의 맨발걷기로 단련이 되어서 근육이 많이 붙어 통통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추위를 많이 타지 않는 것 같다. 지금까지 맨발걷기를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추운 날씨에 시도하면 너무 차가워서 포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