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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이름이 있는가?

사람을 만 명 세워놓고 흔한 이름 하나를 부르면 그 중에서 몇 명은 손을 들고 나온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이름과 동일시 한다. 그들에게서 이름은 곧 자신이다. 이번에는 태어난 지 100일 된 갓난 아기 백 명을 앞에 두고 똑같은 이름을 불러보자. 몇 명의 아기가 자신이 그 이름이라는 걸 알까? 부모가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든지 안 지어주었든지 간에 단 한 명의 아기도 불려지는 이름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아기에게서 이름은 자기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기는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하나님은 이름이 있을까? 이 질문을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하나님을 찾을 때 '하나님'이라고 분명하게 이름을 거론한다. 우리가 '하나님'이라고 부르면 하나님은 그 목소리를 듣고 반응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는 늘 하나님을 부르짖는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참 재미있다. '하나님'이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주었나? 부모는 아기의 이름을 지어준다. 부모가 아기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누가 이름을 지어주었을까? 하나님 스스로 '하나님'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적은 없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부르는 '야훼' 라는 이름도 하나님이 지은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지어준 것은 모두 인간이다. 인간이 하나님에게서 태어났는데 인간이 하나님 이름을 지어주고 부른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부모 이름을 지어주고 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 하나님은 인간에게 종속되어 인간의 의지대로 불려지고 있다. 

하나님의 이름은 셀 수 없이 많다. 일단 언어가 있다면 그 언어 수만큼 하나님 이름이 존재한다. 대부분 하나님을 다양하게 부르기 때문에 곱하기 몇 개를 더해야 한다. 우리나라 언어만 해도 '하나님', '신', '절대자', '구세주', '아버지', '주'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전세계 언어는 7,151개라고 나온다. 민족마다 하나님을 다르게 부르니 하나님 이름도 그 수만큼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언어가 생길 때마다 하나님은 알아서 인간의 언어를 배우는 것일까? 어째서 그 많은 언어를 다 알아듣고 반응하는 것일까? 언어는 태어나서 배우고 사용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알 수 없다. 그런데 하나님은 저절로 모든 언어를 아는 것일까? 전지전능하다고 하니 당연히 세계 모든 언어를 알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지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위 글은 실제로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기 보다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봤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서이다. 하지만 나는 위와 같이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본래 이름이 없다. 하나님은 세계 언어를 알지 못하지만 알고 있기도 하다. 안다는 의미에서 인간처럼 공부해서 아는 건 아니다. 인간이 아는 건 하나님도 저절로 안다. 하지만 인간이 모르는 건 하나님도 모른다. 예를들면 지구상에 단 한 사람도 사용하지 않는 언어가 있다면 하나님도 그 언어를 모른다. 반면에 단 한 명의 인간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하나님은 그 언어를 안다. 만약 그가 죽어서 그 언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때부터 하나님도 그 언어를 알지 못한다. 하나님은 인간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그 순간에만 그 언어를 의식한다. 그것은 명백하다.  

어떤 사람이 자기 언어로 하나님을 부른다면 하나님은 그 부름에 반응을 할까? 만약 그 부름에 하나님이 독자적으로 반응한다면 그 하나님은 진짜 하나님이 아니다. 왜냐하면 세계를 떠나서 별도로 반응해야 한다면 그는 세계 밖에 있는 존재이니 하나님이 아니라 피조물이 된다. 내가 부른다고 해서 내 밖에서 응답하는 하나님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은 나와 세계 내에 있어야 한다. 내가 '하나님'이라고 부른다면 하나님은 내 음성을 듣고 반응하는 게 아니라 '하', '나', '님' 이라는 소리와 함께 존재하게 된다. 하나님을 부르지 않으면 침묵과 함께 존재하게 된다. 하나님은 늘 모든 것에 그런 방식으로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내가 '하나님'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하나님이 그 부름에 반응하지 않는다. 만약 그 부름에 어떤 신호가 있었다면 하나님이 내 부름에 반응했다기 보다는 내 행위의 작용이 주변 혹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쳐서 그것이 상호 반응한 것이다. 예를들면 어떤 목적을 위해서 하나님을 부르며 기도를 열심히 했더니 그 기도가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 이루어졌다고 하자.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셔서 그렇게 된 것일까? 실제로 기도를 해보면 안 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도 중에서 아주 드물게 응답되는 게 있으면 그것은 그가 하나님이 들어주셨다고 스스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기도가 응답되면 본인도 좋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기도를 함으로써 주변에 영향을 주어서 좋은 결과로 돌아온 결과이다. 하나님은 기도 응답으로 자신을 드러내시는 게 아니라 기도 그 자체로 자신을 증거한다. 즉 기도 안에 하나님은 임재해 계신다. 그럼 기도할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하는 기도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그건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된다. 기도를 해서 나쁠 것은 없다. 때로는 기도해서 병도 낫고 주변 사람들이 나의 필요를 알아서 도움을 받을수도 있다. 반면에 기도할 시간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 열심이 뛰어다니는 게 더 나을수도 있다. 예를들면 암에 걸린 사람이 기도해서 나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 하지만 공기 좋은 산에 들어가서 맨발로 숲길을 매일 몇 시간씩 걸으며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한다면 말기암도 몇 달 안에 완치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아주 많다. 하나님은 기도로 아주 드물게 낫게 하겠지만 오히려 다른 적극적인 방법으로 쉽게 낫게도 하신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치료 방법이 없어서 죽을 수도 있다. 문제 해결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니 그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택하면 된다. 특정한 방식만 하나님 응답이 아니라 모든 것이 하나님 응답이라는 것이다. 

나는 깨달음 공부를 하면서부터 이전에 하던 방식대로 기도를 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그런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냥 침묵하며 하나님 존재를 자각한다. 그것이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이고 찬양이고 기도이고 교제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복음송에 이런 찬양이 있다.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시편 62:1)." 내가 잠잠할 때 하나님은 내 안에서 스스로 드러난다. 나는 하나님 임재 안에 거한다. 그것이 바로 구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기도의 응답으로써 어떤 효과를 보는 게 구원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 거하는 것이 바로 진짜 구원(문제 해결)이다. 하나님은 굳이 이름이 필요없다. 그냥 내 영혼이 잠잠하면 하나님 스스로 자신을 드러낸다.

노래: 나의 영혼이 잠잠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