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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뜻은 있는가?

하나님은 우리 개개인에게 어떤 뜻을 두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고 계시는가? 많은 기독교인들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하나님은 자신에게 계획이 있어서 당면한 문제 속에 두고 있다고. 내가 지금 고통을 받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물론 그렇게 생각하면 정신 건강에는 좋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굳이 반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계속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과연 하나님은 그 사람에게 뜻을 두고 계실까?

개인의 삶에서 벌어지는 일상사를 두고 경험적으로 살펴보면 어떤 때는 하나님의 뜻이 있는 것 같다가 또 어떤 때는 아닌 것 같은 그런 상황이 일생 동안 매번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그때마다 사실 많이 헷갈려한다. 그런 때일수록 신앙이 좋은 사람은 더 확고히 하나님을 믿으려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신의 마음이 조금씩 힘을 얻는다.

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나는 하나님이 사람에게 어떤 뜻을 두고 계획한 바를 실현해나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계획을 세우고 뜻을두고 하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지 하나님이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은 곧잘 하나님이 사람처럼 행동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순전히 생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나님을 인격적인 존재로 가정하고 사고를 하니 늘 그런 생각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하나님은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자연의 한 부분이다. 사람도 자연의 질서에 따라서 살아갈 뿐이다. 이 자연의 질서 자체가 굳이 말한다면 하나님의 뜻이나 다름없다.

기독교인들이 모여서 자신에게 뜻을 두고 실현해 가시는 하나님에 대해서 열심히 나눔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전쟁이 터져서 그들이 사는 도시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살당했다고 하자. 참 재미있는 현상이 아닌가? 그 도시의 기독교인이나 타종교인이나 무신론자나 모두 똑같은 취급을 당했다. 그때 그곳에 사는 기독교인들에게 향하신 하나님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답이 나오겠는가? 진짜 하나님의 뜻은 찾을 수 없고 다만 추측하기 바쁠 것이다. 그렇게 하나님의 뜻을 찾는 사람은 늘 생각 속에서 끝을 맺는다. 굳이 하나님의 뜻을 말한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순간순간 현실화되는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없다.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이란 것은 원인과 과정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결과는 그때 가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원인과 과정 없이는 하나님도 어쩌지 못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때 어떤 결과가 만들어진 것도 모두 이전에 어떤 요인으로 인해서 그렇게 이어져온 것이지, 전혀 상관없던 일이 갑자기 기적처럼 일어나지는 않는다. 내 책상 위에 있는 종이가 순간적으로 지폐로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것은 하나님도 못 한다.

어떤 기독교인이 암에 걸렸다. 그 사람에게 어떤 뜻을 두었기 때문에 암에 걸린 걸까? 아니다. 암에 걸릴 만한 원인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가 암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얼마 살지 못하고 죽는다. 기도하면 암이 나을까? 나은 사람도 몇 명 있지만 대부분 일찍 죽었다. 기도해서 나은 경우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보통은 식이요법을 하고 산으로 들어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꾸준히 관리를 한 사람은 오래도록 산다. 만약 그 사람에게 하나님의 특별한 뜻이 있다면 굳이 암에 걸리게 할 이유가 있었을까? 특별한 뜻이 있었다고 해도 관리를 안 하면 일찍 죽고, 관리를 하면 오래 산다. 그기에 무슨 별다른 뜻이 있겠는가? 그냥 기독교인들이 모여서 그렇게 해석할 뿐이다. 미래의 하나님의 뜻을 찾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에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는 것이 더 신앙적이고 영적이다. 미래는 하나님께 맡기면 된다. 물론 그것이 참 어렵다. 우리는 늘 살면서 근심걱정 속에 있지 않은가? 미래와 과거에 살지 않으면 근심걱정도 많이 줄어든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니 자꾸만 해석을 하려고 한다. 하나님의 뜻은 그렇게 관계짓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