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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얼굴을 이식한 사람의 이야기

댈러스 와인스라는 남자가 있다. 그는 전기공인데 어느 날 전봇대에서 일을 하다가 감전이 되어 큰 화상을 입었다. 그 사고로 얼굴이 모두 녹아 내려서 말만 조금 할 수 있을 뿐 눈과 코와 얼굴의 피부가 모두 사라져버렸다. 사람들은 그를 "얼굴 없는 남자"라고 별명을 지었다. 나중에 어떤 의사 집단이 댈러스의 사연을 듣고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이식해 주기로 계획을 세웠다. 기증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사들이 오랜 시간 동안 수술을 해서 드디어 댈러스는 얼굴을 갖게 되었다. (영상: https://fb.watch/lWCP_K7isN/)

오래 전에 <페이스 오프>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의 얼굴로 변신해서 삶을 살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얼굴을 바꾸어서 그 사람의 인생을 사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는 바뀐 얼굴의 사람의 삶을 모방하지만, 댈러스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가지면서도 자신의 삶을 산다. 모방을 하든 자신의 삶을 살든 어쨌거나 삶을 사는 주체는 변하지 않는다.

이제 얼굴이나 신체의 일부를 바꾸고 사는 것은 낯설지가 않다. 불의의 사고로 신체의 일부를 잃어도 다른 사람의 그것으로 바꿀 수 있고, 심지어 기계로도 바꾸어서 사용할 수 있다. 로봇과 사람의 경계도 희미해질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터미네이터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이미 로봇팔과 로봇다리를 갖고 사는 사람도 꽤 있다. 인공 장기를 몸에 심어서 사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일부는 사람의 몸은 바꿀 수 있으나 정신은 바꾸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인공지능 기술을 보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인공지능이 다 할 것만 같다. 언젠가 인간의 기억도 이식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이 이식된다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 수도 있다. 어차피 치매가 걸리면 기억을 잃어버리고 이전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이식해서 산다고 해서 전혀 이상하지도 않다.

어쨌거나 이런 현상을 통해서 우리는 중요한 정보를 얻는다. 인간의 몸과 생각과 기억들, 지금까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고유한 영역들이 실제로는 자기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 말이다. 언제든지 교체되거나 사라지거나 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