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삶의노트 > 삶의노트

과학(3) 교육(3) 글모음(59) 깨달음(358) 생각(439) 시사(104) 여행(97) 역사(1) 영성(282) 영화  (7) 예술·미술(35) 일상·삶(503) 종교(571) 철학(5)

보이지 않는 세계

갑천 억새숲 옆에서

사진의 풍경은 갑천의 모습이다. 물은 흐르고 있으나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눈 앞의 저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무의 뒷배경도 잘 보였다. 하지만 나무가 가려진 만큼의 뒷배경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조금 움직이면 움직인 만큼의 가려졌던 뒷배경이 튀어나오고 그 전에 보였던 일부가 다시 나무에 가려졌다.

나무의 옆모습을 경계로 내가 움직을 때마다 뒷배경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나무에 가려진 뒷배경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이 이상한가? 아니다. 아주 정상적이다. 가려진 뒷배경은 최소한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게 보일 때의 풍경의 모습이, 나무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을 때에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은 상태가 된다. 그러다가 눈과 마주하면 다시 나타난다. 눈에 가려진 세계는 어디에 있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일까? 이전부터 그것이 미스터리였다. 누구도 그것을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신비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나무 뒤의 풍경은 그 모습 그대로 나무 뒤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에 의한 추론이다. 몸을 조금 움직이면 나무에 가려졌던 풍경이 보인다고 해서 그 풍경이 나무 뒤에 보이지 않은 때에도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은 동안에는 보일 때의 그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바보들은 내 말을 믿지 않겠지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은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