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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페이스북에 방문하니 요즘 죽음 앞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며칠 전 젊은 디자이너 아가씨가 간단한 수술만 하면 되었던 모친의 죽음 앞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봤다. 어제는 가수 현미(85세)가 자택에서 죽음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방금 두 사람의 죽음 관련 글을 또 읽었다.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참 좋아하는 교수님이 짧은 글을 남겼는데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 앞에 놓인 모양이다. 허망한 마음과 고통을 느끼면서 글을 남겼다. 가족 중 한분일까, 아니면 가까운 지인일까? 또 최근 내가 글을 옮겼던 김목사님도 죽음 관련 글을 또 남겼다. 자신은 암에 걸려서 오래 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시간은 있으니 '죽음을 연구하고,이해하고, 파악하고 대비하여 무방비로 당하지 않을 생각'이란다. 그는 '믿음으로 잘 준비하였다가 막상 쳐들어왔을 때 연습한대로, 훈련한대로, 기도한대로 잘 싸워서 지지 않고 이기고 싶다. 승리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본인이나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죽음 앞에 놓이면 모두가 힘들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철저한 타자이며 극복해야 할 무엇이다. 하지만 왜 죽음이 그런 존재가 되었을까? 태어나는 것은 축하할 일인데 죽는 것은 왜 고통으로 받아들여지는가? 김목사님처럼 죽음을 연구하고 훈련하고 기도하면 죽음이 극복되는가?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지고 놓아지기도 하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음의 공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막상 죽음 앞에 놓이면 체념하는 것 외에 달리 할 것이 없다. 정말 진심으로 죽음을 감사하며 죽는 사람이 있을까? 죽음을 맞서야 할 무엇으로 여기는 한 절대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살아서 죽음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 구원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 죽은 후에 혹은 먼 미래에 구원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누구나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살아있는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는 여전히 고통 속에 있다. 구원은 즉각적이며 지금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매일 밤 죽었다가 매일 아침 살아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잠을 잘 때 그 짧은 시간 동안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학습에 의해서 다음 날 자신이 다시 살아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실이고 실제이며 경험이기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육신의 완전한 죽음 이후에 영혼이 살아난다거나 먼 미래에 예수님이 재림해서 우리를 완전한 구원에 이르게 한다는 것은 경험되지 않는다. 지구 역사에서 앞서 죽은 사람들은 누구도 그 경험을 후대의 사람들에게 들려준 적이 없다. 죽은 사람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은 죽은 이후의 내세가 있다고 여기면서도 그것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잠을 잤다가 아침에 깨어나는 경험을 하는 사람은 하루하루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매일 죽음을 경험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육신의 완전한 죽음이 있더라도 죽음 때문에 고통받지 않으려면 자신이 죽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알 때 뿐이다. 그것도 이해나 지식으로 아는 게 아니라 경험적으로 알아야 한다.

기독교인이 되어서도 죽음 앞에서 몸부림치는 이유는 아직 죽음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실한 목사나 신자 조차 그러한데 다른 일반적인 신자들은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개체적 영혼으로 존재하는 한 죽음은 극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반드시 죽기 때문이다. 죽은 후에 내세에 다시 산다거나, 어느 때 다시 부활한다는 것은 약간의 심리적 위안은 되겠지만 그것이 전혀 경험되지 않아서 누구도 알 수 없다. 오히려 불확실성만 있기에 불안은 더 증폭된다. 하지만 자신이 개체적 영혼이 아니라 태어나기 이전부터 영원한 존재였다는 것을 체득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이나 이해나 지식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그런 존재였다는 것을 완벽하게 체득한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저녁에 잠을 자서 다음 날 깨어나는 것처럼 죽음도 한 인간의 일생을 마치고 잠을 자는 정도로 생각하지 않겠는가? 영원한 존재가 한 인간으로 태어나서(잠에서 깨어나서) 일정 기간 살다가 다시 죽는 것(잠을 자는 것)은 영원이라는 시간 속에서 일상사가 될 것이다. 실제로 깨달은 사람은 죽음을 그렇게 받아들인다. 죽을 때가 되니 스스로 죽음 자리로 들어가는 것을 여러 차례 전해 들었고 책으로 읽기도 했다. 죽음을 연구하거나 대비하거나 연습하는 것도 없이 그냥 편안하게 죽음을 맞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죽음을 이긴 삶이 아닌가? 기독교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찾는 것은 너무 어렵다. 하지만 깨달은 사람에게서 그런 모습은 정말 자연스럽다.

나도 죽음을 그렇게 맞이하려고 깨달음 공부를 한다. 살아서 자유를 얻으려고 이 공부를 한다. 이 공부를 하는 자체만으로 죽음의 두려움은 많이 경감된다. 내세의 천국이 없다면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처음 이 공부를 시작할 때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철저히 이전의 선입관으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자아가 강할수록 그런 생각이 더 든다. 자아는 살아서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죽지 않고 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죽어서 자신이 사라진다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 두려움이 엄청 크다. 하지만 살아서 자아를 죽여버리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 살아서 죽는 자는 영원히 산다고 하지 않던가! 내세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진다. 굳이 내세가 필요하지도 않게 된다. 자기 자신이 본래 영원한 존재인데 탄생과 죽음이 어디에 있고 내세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자아가 죽으면 본래 자신은 영원한 존재였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영원한 존재는 죽음 자체가 없고 내세도 없다. 굳이 천국이 필요하지 않다. 존재 자체가 천국인데 별도의 어떤 왕국이 필요하지 않다.

이전에 내가 기독교인이었을 때 나는 내세를 믿었고 천국도 믿었다. 내가 죽으면 천국에 갈 것이란 소망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세나 천국과 지옥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처음에는 조금 두렵기도 했다. 그런 곳이 없다면 죽음 이후에 내가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자아가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나는 자아가 아니고 내 본성은 영원한 실체라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 나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 두려움이 없다. 즉 천국이 없다고 생각해도 나는 아무런 두려움이 안 생기고 있다. 다만 죽음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아직 남아 있다. 물론 처음보다는 많이 경감되었지만 완전히 소멸시키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자아도 여전히 강해서 이놈을 언제 굴복시키느냐도 문제이다. 깨달음 공부가 충분히 무르익으면 나도 죽음을 아주 사소하게 생각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것이다. 당연히 그때에는 자아도 본성 앞에서 무릎 꿇고 아주 순종적이지 않겠는가. 내가 자아에게 굴복당하여 살면 죽음이 두려워진다. 하지만 자아를 굴복시켜서 부리면 죽음은 삶의 한 일면이 된다. 여행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듯이 삶을 다 살았으면 본향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한 이치이다.